<추적 60분>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일터에서 죽는 사람들

  • 2024.03.29 09:24
  • 2개월전
  • KBS

시공이 거의 마무리된 청주의 ‘ㅇ’ 아파트. 공사 현장 한편엔 임시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7월, 이곳에서 일하다 사망한 베트남 이주 노동자 쿠안 씨를 위해 시공사가 마련한 작은 추모 공간이다.

2021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 사고사망만인율은 2.97‱(퍼밀리아드)로 전체 근로자 사고사망만인율(0.43‱)과 비교하면 6.9배나 높았다. 쿠안 씨의 아내 레티화 씨를 대리해 교섭을 진행해 온 민주노총 충북본부 이주용 활동가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우리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2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블록 이동 작업인 스키딩 작업 중 구조물이 내려앉아 외국기업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작진이 유족들을 찾아갔을 당시 이미 사고 발생 후 3주가 지났었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원청으로부터 정식 사과도 받지 못했고, 사고 원인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은 무엇일까.

저는 그게 이 사고의 주 요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인 2월 12일,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폭발 사고로 숨진 것. 이후 2주 만에 잠수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또 사망했 다.

2022년 기준 조선업의 사망만인율(근로자 수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은 3.68‱로 건설업보다 높았다. 왜 조선소에서 유독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걸까.

2022년 3월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하청 노동자 故 이동우 씨 아내 권금희 씨는 2년이 지난 2024년 3월 21일, 갓 돌이 지난 아이를 품에 안고 대검찰청 앞에 섰다. 얼마 전, 검찰이 동국제강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안전대책은 사실상 문서에만 존재하는 형식적 대책이라 여겨졌지만, 검찰은 동국제강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모두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2년,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건은 총 40건. 그중 1심 선고가 내려진 사건은 14건이다. 그중 13건은 집행유예. 단 한 건만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최소형인 1년 징역) 노동자들은 매일 같이 죽어가고 있는데 반해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에 검찰, 법원 등 집행기관은 자유롭지 못하다.

2023년 6월 11일, 광주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용 승강기에 깔린 채 2시간 뒤에 발견된 故 마채진 씨의 딸 마혜운 씨는 여전히 그날의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왜 휴일인 그날 작업을 해야 했는지. 왜 혼자 현장에 있었는지. 승강기가 오작동한 이유는 무엇인지. 사고 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직접 노동청에 재해조사보고서를 요청해 봤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용균 재단 권미정 사무처장은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적 60분 1361회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일터에서 죽는 사람들》 편은 3월 29일 금요일 밤 22시 05분 KBS 1TV에서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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