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던 SNS에 초대장 한 통이 날아들었다. “제 방송에 게스트로 초대하고 싶어요. 편안하게 소통하고 즐기다 가면 시간당 십만 원 이상 드립니다!” 남성 인터넷방송 BJ가 여성 게스트를 불러 진행되는 방송 출연 제안. MBC 'PD수첩'에서는 단기 고수익 알바를 빙자한 게스트방송 초대의 위험한 실상과 일명 ‘벗방’을 통해 몸집을 불린 인터넷 성인방송 산업의 실태를 추적한다.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술을 마시며 간단한 미션 게임을 하는 등 게스트방송의 그 시작은 여느 인터넷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속되는 술 게임에 여성이 점차 자신의 주량을 넘길 무렵이 되면 전혀 다른 장르의 방송이 펼쳐진다. 이른바 ‘벗방’의 시작. 단순 소통방송이라던 BJ의 사전 설명이 무색하게 과한 음주와 수위 높은 스킨십 강요가 이어지고, 여성이 이를 쉽게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더 과한 노출을 종용하는 수백 개의 채팅과 BJ의 압박 속에서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가는 ‘벗방’. 결국 방송은 여성의 신체 대부분이 노출된 채 유사성행위를 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여성 게스트와 남성 BJ의 입장 차이가 가장 선명한 부분은 스킨십 동의 여부에 관한 지점이다. 여성은 당시를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없을 만큼 억압적이고 끔찍했던 순간으로 기억하는 반면, 남성 BJ들은 모두 합의됐던 상황이라며 그 근거로 사전에 작성한다는 ‘방송출연동의서’를 언급한다. 'PD수첩'은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방송출연동의서의 공정성 여부를 검증하고, 동의서를 무기 삼아 시작된 BJ들의 전략적인 심리적 조종 패턴을 분석한다.
제작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게스트방송 출연으로 인한 피해는 방송 이후에도 지속됐다고 말한다. 강요와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응했던 벗방의 불법 녹화영상이 수십 개의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된 것이다. 게스트 출연 제안부터 벗방 송출, 그리고 영상 유출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BJ와 그들이 소속된 일명 ‘엔터’ 그리고 인터넷 방송 플랫폼의 책임은 사라지고, 현장에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자책만이 남는다.
느슨한 심의 규정과 플랫폼 자율규제라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점점 그 판을 키워온 인터넷 성인방송 산업. BJ-엔터-플랫폼으로 연결된 그 위험한 비즈니스의 진실은 무엇일까? MBC 'PD수첩' 은 오는 25일 밤 9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