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은 대전격투게임 시장을 주도하며 전 세계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2, 아랑전설, 버추어 파이터, 철권 등 수많은 히트작들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그리고 1997년 2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사상 첫 대전격투게임 세계대회가 열렸다.
대회의 이름은 '버추어 파이터3: 맥시멈 배틀'. 수만 명이 참가한 지역 예선을 거쳐 최종 선발된 일본 대표 3인과 한국, 대만, 싱가포르, 영국 등 총 7개국에서 모인 각국의 대표 플레이어들이 맞붙는 초유의 이벤트였다. 일본 선수들 가운데에는, 버추어 파이터 제작사로부터 ‘철인’이라는 공식 칭호를 받을 만큼 검증된 실력자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개최지 일본 출신 선수의 우승을 예상했던 상황. 그런데 결과는, 그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2인 중 ‘아키라키드’(본명 신의욱)가 우승, ‘이게라우’(본명 조학동)가 준우승을 하는 이변을 일으킨 것. 특히 우승한 아키라키드는 당시 만 15세의 중학생으로, 최연소 참가자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대회장에 있었던 각국의 선수들과 관중들은, 아키라키드가 플레이를 시작하자 경기장의 공기부터 달라졌다고 기억한다.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고난도 기술들과 생전 처음 보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는 것. 여기에 더해, 당시에는 생소했던 3차원 횡이동 스텝을 실전적으로 사용하는 걸 처음 선보인 인물도 바로 아키라키드였다. 이 움직임은 이후 ‘코리안 스텝’으로 불리며, 3D 격투 게임 플레이 방식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사례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세계대회를 제패한 것도 모자라, 대회가 끝난 뒤 일본 플레이어들과의 비공식 대결에서도 50연승을 했다는 아키라키드. 정식 프로 게임 리그조차 없던 시절, 그는 ‘한국인 최초 격투게임 세계대회 우승자’라는 기록을 남긴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아키라키드는 더 이상 게임계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왜 게임계를 떠났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진 이야기도 없다. 다만 그와 한 시대를 함께했던 플레이어들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 다큐멘터리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1997년 ‘버추어 파이터3: 맥시멈배틀’ 대회는 오랫동안 일부 격투 게임 팬들 사이에서만 전해져 온 이야기다. 많은 사람에게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e스포츠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한 소년이 한국 게임사에 남긴 의미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기록 속에 남은 이름 ‘아키라키드’의 흔적을 따라 그의 현재를 찾아 나선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연예계 대표 ‘게임 마니아’ 배우 심형탁과 개그맨 장동민을 비롯. 홍진호, 김관우(스트리트 파이터5), ‘무릎’ 배재민(철권) 등 국내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와 국내외 수십 명의 버추어 파이터 유저들이 함께한다. SBS ‘1997 세계 최강 아키라키드’ 1부는 1월 25일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