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스트레이트] ‘3일 그날, 혐오가 풀려났다’

  • 2025.03.23 08:00
  • 1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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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스트레이트] ‘3일 그날, 혐오가 풀려났다’

제주 4.3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7년. 일곱 살 소녀는 여든넷 할머니가 됐다. 하지만 눈앞에서 동네 사람들이 학살당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경찰과 극우단체 서북청년단의 주민 테러에 반발하며 제주 남로당이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이승만 정부는 계엄을 선포하고 제주 중산간 지역을 초토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빨갱이 사냥’을 구실로 무고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죽어 나갔다. 당시 제주 인구의 1/10인 3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살아남은 자들은 여전히 잠을 설치고,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 헤맨다.

혐오와 결합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2003년에야 이뤄졌 다.

2021년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됐고 검찰은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재심에 넘겨 무죄를 구형하고 있다. 하지만 간신히 아물어 가던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이들이 생겨났다. 극우세력들은 여전히 4.3을 이념전쟁의 소재로 소비한다. 학살을 자행한 서북청년단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직전 방첩사가 작성한 문건에는 4.3 사건이 ‘폭동’으로 명시돼 있었다. 계엄은 우리 사회의 혐오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다.

- 혐오, 다시 권력을 등에 업다.

그렇게 나타난 정서가 ‘반중’, ‘혐중’ 정서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며칠 뒤 갑자기 ‘중국’을 언급했다. 선관위에 중국 간첩이 있었다는 ‘가짜뉴스’가 퍼져나갔고 윤 대통령 측은 이 내용을 헌법재판소에 들고나오기도 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발음을 트집 잡아 헌법재판관도, 판사도 중국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근거 없는 거짓이라는 ‘팩트’는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에 여권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권력을 등에 업은 혐오는 이제 여성 등 다른 사회적 약자를 공격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제동 장치를 잃은 혐오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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