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예술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신자유주의와 국민국가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환경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예술(가)는 기존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윤활유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존재 방식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균열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예술가 역시 이러한 신자유주의 체제를 재생산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 온 게 아닌가 하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길렌은 오늘날 예술이 신자유주의 체제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부르디외의 '장(field)', 네그리와 하트의 '다중(multitude)',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등을 바탕으로 예술사회학을 재구성한다. 길렌의 문제의식은 예술가들이 어떻게 신자유주의 체제에 포섭되고, 나아가 그 체제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는지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체제 안에서 다른 존재 방식을 상상할 수 있는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다만 웅성거림은 매력적인 은유이지만, 그것이 실제 예술 현장에서 어떻게 정치적 가능성이 되는지는 더 설명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예술가는 어떻게 포섭되지 않으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예술적 다중은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 속에 존재하는 미세한 균열과 가능성을 감각하게 만든다. 예술적 다중은 직업 예술인의 범주를 넘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고 관계 맺으려는 모든 존재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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