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꼬무’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방직 회사’ 여공들의 인권 투쟁기를 주목하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연출 이큰별 이동원 고혜린, 이하 ‘꼬꼬무’) 173회는 ‘꿈의 직장 속 수상한 비밀’로 배우 온주완, 정영주, 임세미가 리스너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은 1975년 인천의 한 사진관에 찾아온 여공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자신의 옷과 몸에 인분을 가득 묻은 채로 절박하게 달려온 여공은 사진사에게 다급하게 함께 갈 것을 청했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방직 회사였다. 그곳에는 인분으로 범벅이 된 여공들이 가득했다. 회사가 여공들에게 가한 인분 테러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냈던 이날은 중요한 증거의 날이자 모든 역사의 시작점이 됐다.
문제의 방직 회사는 복지와 시설이 좋다고 알려져 인기가 높았던 직장.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여공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버텨야 했다. 18살에 입사한 석정남은 그때를 떠올리며 “공포감에 떨었다”라고 했고, 이총각은 “불안했고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회사에는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심부름꾼 역할에 불과했다. 심지어 여공들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일도 맡았다. 그러던 중 평화시장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22살 청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이 여공들에게 전해지며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에 천여 명의 여공들은 투표를 통해 여공을 노조 대표로 선출했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노조 지부장이 탄생한 것. 그리고 회사에 향해 남녀 임금 격차 축소, 공장 내 환풍기 설치, 퇴근 시 몸수색 폐지, 공장 내 탈의실 설치, 식사 시간 30분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의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다.
사측은 남성 지부장을 뽑아 노조를 장악하려는 ‘날치기 사건’을 벌였다. 곧바로 800명이 넘는 여공들은 광장에서 선거가 무효이고, 경찰에 연행된 여공들을 풀어달라고 외쳤다. 급기야 광장에는 경찰이 들이닥쳤고 누군가 ‘옷을 벗으면 잡아가지 않는다’고 외치자 모두 겉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맞섰다. 경찰들은 여공들을 방망이로 내리치고, 머리채를 잡으며 연행해 갔다. 영상으로 확인하며 눈물을 흘린 리스너 임세미는 “소녀들이 정말 무서웠겠다. 저 세월을 어떻게”라며 “안간힘을 쓴 것”이라고 오열했다.
1978년 2월 21일, 노조 대의원 선거가 시작되자 남자 직원들은 노조 사무실에 쳐들어와 양동이에 담긴 인분을 뿌리기 시작했다. 여공들의 코와 입에 인분을 쑤셔 넣고, 양동이를 머리에 뒤집어씌웠다. 아수라장이 된 그때, 여공 이총각은 이 순간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사진관으로 달려갔던 것.
선거는 무산됐지만, 회사의 실태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있는 명동성당에서 124명의 여공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13일째, 회사는 여공들에게 돌아오면 탄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집으로 돌아간 여공들은 모두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 통지서를 받아야 했다.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겠다는 심정으로 이들은 작업장으로 돌아가 기계를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경찰들에게 폭력을 당하며 연행됐다.
결국 회사에서 쫓겨난 여공들은 구직활동을 했지만, 번번이 해고를 당했다. 그 이유는 124명의 이름과 개인 신상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전국 사업장에 뿌려졌던 것. 이들은 평생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채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시간이 흘러 10대 소녀에서 중년 여성들이 된 2000년, 김대중 정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명예 회복과 보상이 가능해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자 여공들은 다시 뭉쳤다.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22년 만에 모였지만, 심의 결과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불가 통보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2001년, ‘방직 사건’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던 최종선이 내부 고발에 나서 여공들의 명예 회복 시도가 새 국면을 맞았다. 1978년 ‘인분 사건’과 관련해 중앙정보부 지시로 노조를 탄압하러 온 남성들을 만났던 일화, 또한 재취업을 어렵게 했던 블랙리스트 작성과 배포에 국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결국 심의가 재개됐고, 여공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에 김용자는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온 게 옳았다는 마음이었다. 모두 울었다”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여공들은 노동자로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복직을 요청했다. 이는 일방적인 해고가 아닌 자발적 퇴사를 위해 자신의 손으로 사직서를 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꼬꼬무’의 방송 말미 여공들의 복직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높였다.
이들의 투쟁을 지켜본 온주완은 “이분들처럼 대단한 용기 덕분에 세상이 앞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감사함과 희망을 전했다. 임세미는 “우리가 이렇게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노동자들 그리고 먼저 살아가신 분들이 만들어냈던 것이다. 작은 불씨가 모여 목소리를 내고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노동자의 날에 좋은 주제.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낸 노동환경”, “이게 실화라는 게 너무 화나고 울컥한다”, “사람한테 인분 투척이라니 끔찍해”,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너무 처절해서 눈물이 난다”, “여공 분들의 용기가 너무 대단해요”, “여공 분들 진심 멋있고 대단하시다”, “꼭 복직하셔서 사직서 낼 수 있기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 20분에 SBS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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