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특집 다큐] 박경리 탄생 100주년 특집 다큐 <사람, 박경리>… 배우 유준상 목소리로 만나는 ‘인간 박경리’

  • 2026.10.23 13:39
  • 51분전
  • SBS
박경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장면 모음으로, 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하는 박경리, 문인 동상, 책더미 앞 흑백 사진, 그리고 인터뷰하는 여러 인물들과 책을 읽는 장면이 이어진다.

SBS 다큐멘터리 <사람, 박경리>가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거대한 문학 세계를 향한 집념과 그 뒤에 가려진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한다. 잇따른 상실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 가족의 일상을 책임진 어머니, 작은 생명을 살뜰히 돌본 촌부. 작품과 삶이 맞닿아 있던 시간을 따라 ‘인간 박경리’를 만난다.

<토지>로 인간의 운명과 생명의 가치를 탐구하며 한국 문학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작가 박경리. 작가로 이름을 얻고 문학적 성취를 쌓아가는 동안에도 그의 일상에는 시대의 격랑과 가족을 잃은 아픔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매서운 삶에는 지기 싫은 듯 꿋꿋이 문학의 길을 걸으며, <토지>를 비롯해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파시> 등 깊이 있는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박경리의 문학은 다시 독자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SNS에서는 그의 작품을 향한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전국 곳곳에서 작가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방송은 작가가 노년을 보낸 원주에서 펼쳐진 <토지> 무용극부터 해외 독자를 위한 번역본까지 다채로운 100주년 행사를 전하며, 시대가 달라져도 변함없는 박경리 문학의 가치를 돌아본다.

박경리 문학의 정점이자 한국 문학의 큰 결실인 <토지>. 26년간 집필에 매진해 완성한 20권의 대하소설은 1897년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광복에 이르는 반세기 민족사를 담아냈다. 등장인물 약 650명, 원고지 4만여 장. 이 방대한 서사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거센 삶의 물결 속에서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녹아 있다.

문단과 독자 모두의 찬사를 받은 <토지>는 2004년 SBS 드라마로도 방영돼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왜 여전히 <토지>를 찾는 것일까. 박경리 문학을 아끼는 이들과 고등학생들의 <토지> 읽기 모임을 통해, 세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토지>가 읽히는 힘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내 삶이 평탄했다면 나는 문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 박경리

작가 ‘박경리’라는 이름이 기억되기까지, 삶의 파고는 소녀 박금이를 모질게 덮쳤다. 아버지의 부재, 한국전쟁 당시 남편의 죽음, 뒤이어 떠나보낸 어린 아들까지. 홀로 딸을 키우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고난은 멈추지 않았다. <토지> 1부 연재 중에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군부 독재 시절에는 사위인 시인 김지하가 투옥되며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절박한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닥친 시련은 고스란히 문학의 밑바탕이 되었다. ‘자신의 불행을 팔아 돈을 번다’는 비난 속에서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고 말한 박경리. 그의 삶에는 어떤 고통의 시간이 있었을까. 그리고 고단했던 삶과 문학을 지탱해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자 김세희, 공지영 작가, 최재천 생태학자 등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본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AI 영상을 통해, 거장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인간 박경리’의 애틋하고도 강인한 삶을 그려낸다.

1994년 <토지>의 마지막 문장을 쓴 뒤에도 박경리의 삶은 돌보고 가꾸는 일로 이어졌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텃밭을 일구며 작은 생명에 마음을 쏟았다. 흙을 만지고 생명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문학 속에서 탐구해 온 생명의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식이었다. 그에게 자연은 인간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뭇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었다. 그 마음은 세상을 향한 목소리로도 이어졌다. 환경 계간지 <숨소리>를 펴내고, 생태학대회에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으며, 청계천 복원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돌봄의 손길은 후배 예술인들에게도 닿았다. 박경리는 토지문화관에 창작실을 마련하고, 이곳을 찾은 이들의 끼니를 손수 정성껏 챙겼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예술인만 약 1,600명. 박완서·은희경·박범신 등 문인들과 가수 김민기를 비롯해 여러 분야의 예술인들이 머물렀고, 베스트셀러 작가와 문학상 수상 작가들도 이곳에서 창작의 시간을 보냈다. 저마다의 예술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어른 박경리의 이야기를, 그곳을 거쳐 간 이들의 회고로 듣는다.

2008년 박경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텃밭에서는 여전히 생명이 자라고, 창작실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쓰이고 있다. 생명을 귀히 여기고 다음 세대를 위한 터전을 일군 박경리. 그가 오늘의 우리에게 남긴 생명과 돌봄의 가치를 되새겨본다.

내레이션은 SBS 드라마 <토지>에 출연했던 배우 유준상이 맡아, ‘사람 박경리’의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한다.

박경리 탄생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SBS <사람, 박경리>는 10월 25일(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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