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자암 일기

  • 2024.06.13 14:59
  • 2주전
  • 뉴제주일보

▪시작 메모 저물 무렵, 우리 셋은 존자암에 올랐다. 존자암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와 친구는 뒤꽁무니 졸졸 그를 따라가기만 했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숲을 흔들었다. “새들은 소리마다 각각 다른 빛깔을 지녔지” 그가 철학적으로 말할 때, 숲속에 사는 새는 꽃가지 하나를 물고 하늘로 올랐다. 나와 친구는 땀에 절여 가만히 돌 틈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사이, 그는 백팔배를 하면서 자신을 닦고 또 닦았다. 이윽고 맥문동 꽃밭에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존자암에서 흘러나오는 목탁소리와 어우러져 부처님께 늘상 허리를 숙이며 빌고 또 빌었던 어머니를 소환했다. 우리가 떠나면 꽃잎 하나 입에 문 새가 저 산을 넘어와 울 것이다. 맥문동 꽃이 필 때마다 절집 기둥에 걸린 묵언 패찰이 생각난다. 시의 도량에 입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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