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다복한 오 남매, 그리고 ‘울보와 평강공주’

  • 2024.06.21 15:25
  • 6일전
  • KBS

‘평강공주’의 내조로 장군이 된 ‘온달’이 있다면 포항에는 운명의 짝꿍인 강한진 씨(44)를 만나 다시 가수의 꿈을 펼치는 신재협 씨(41)가 있다. 포항의 한 철강회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며 다시 가수의 꿈을 펼치기 시작한 재협 씨. 구멍가게를 하는 할머니 손에서 자란 소심한 남자 재협 씨는 부잣집 셋째딸로 곱게 자란 화통한 성격의 아내 한진 씨를 만나 다복한 오 남매의 아빠가 됐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이 결혼 후엔 다섯 아이를 키우며 일만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한진 씨. 피아노 전공을 살려 남편이 접었던 꿈을 전폭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내조 덕분이었을까. 수줍음이 많아 노래대회 예선에서 번번이 낙방하던 재협 씨가 지난해엔 무려 두 번이나 가요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재협 씨의 노래 경연 결과는 늘 ‘모 아니면 도’ ‘대상’ 아니면 ‘예선 탈락’이다. 직장에 다니고, 5남매 육아를 하면서도 잠을 줄여가며 아내와 함께 노래 연습 중인 재협 씨는 또다시 한 가요제에 지원한다.

아내 덕분에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폭풍 성장 중이라는 재협 씨. ‘바보’처럼 순수해서 걸핏하면 눈물부터 흘리는 울보 남편과 ‘평강공주’처럼 현명하게 남편의 꿈을 키워주는 아내, 그리고 사랑스러운 오 남매까지. 알콩달콩 일곱 빛깔 무지개 가족의 아주 특별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2010년 11월, 첫째 원희가 태어났다. 재협 씨는 찬 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세상에 온전한 자기 편이 또 한 명 생겼다는 게 그렇게 좋았단다. 외롭게 자란 남편의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진 씨. 그렇게 부부는 사랑의 결실을 계속 맺었고 무려 5남매의 부모가 됐다.

다섯 빛깔,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매력의 5남매. 맏이답게 가장 의젓한 첫째 원희(16), 말수가 적지만 속이 깊은 둘째 동건이(14), 큰 덩치에 눈물이 많은 울보 셋째 태현이(13),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까불이 넷째 현준이(10), 그리고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막내 사랑이(6)까지 아이들은 부부에게 다섯 배의 행복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세탁기, 텔레비전, 싱크대 수전까지 집안은 온통 고장 난 것투성이에 대식가 아이들은 쌀 20kg도 3주면 바닥나고 만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꿈을 이뤄주기 위한 각종 학원비까지, 마음만큼 못 해주는 부부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재협 씨의 애창곡 중 하나인 ‘사모곡’.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어김없이 눈가가 젖어 든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살았던 어머니 그리고 키워주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열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란 재협 씨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늘 눈물로 얼룩진 나날이었다. 어린 재협에게 유일한 행복은 가끔 만나던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조심스레 재혼 이야기를 꺼내셨고 단칼에 안된다고 딱 잘라 반대했던 재협 씨. 엄마마저 재혼해서 나를 영영 떠날까 봐 두려웠단다. 그런데, 한진 씨를 만나 5남매의 아빠가 되면서 재협 씨는 비로소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생 홀로 지내온 어머니의 외로움이었다. 5년 전, 다시 한번 조심스레 재혼 이야기를 꺼내신 어머니에게 재협 씨는 흔쾌히 찬성하고 지지해 드렸다.

그렇게 재협 씨에겐 또 한 분의 아버지와 또 다른 형제들이 생겼다. 새 아버지에게 스스럼없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재협 씨. 한진 씨는 새로 생긴 ‘시누이’에게 직접 반찬을 해다 주기도 한다. 새로운 가족이 늘어서 행복하다는 부부. 울보 재협 씨는 요즘 들어 자꾸 웃는 날이 많아졌다.

  • 출처 : KBS
  • KB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