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번져오네

  • 2024.08.29 16:25
  • 3일전
  • 뉴제주일보

서귀포에 일이 있을 때는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탄다. 5·16 버스를 타면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나에게 ‘오는’ 것이다. 싱그러운 초록이 스미고, 비치고, 번지고 가라앉는 것이다. 그러다가 익숙한 노래 속으로 빠져들면 퍼지는 노래 가사의 움직임 속에서 하얗게 증발하는 허공 속 흰 눈발같이, 아니 깊은 바닷속 소리의 영혼같이, 아니 아니 온갖 사랑이 밀려왔다 밀려간 사람 속 쓰디쓴 내장같이 그렇게 울렁이며 내게로 ‘오는’ 것이다. 울렁이며 내게로 온다는 것은 사무치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덮으며 서로를 받쳐준 초록은, 생명의 시원이자 종말이다.

  • 출처 : 뉴제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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