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무성해지는 여름철이 되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김종삼 시인의 묵화(墨畵)라는 글이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어린 시절 여름날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짧은 시를 읽고 나면 한참 동안 시어들을 곱씹게 된다. 해거름녘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함께 고생한 소에게 물을 먹이는 일이다. 시인에게도 이러한 풍경은 먹으로 그린 그림처럼 깊은 울림을 주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제목을 묵화라고 지었을 것이다. 시 속의 할머니에게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삶의 애환은 물론 노년의 적막함까지도 함께 겪어가는 반려동물이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허기보다 반려동물의 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