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결론이 나 있는 과거의 사건을 영화화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조훈현과 이창호, 세기의 대결, 1990년대에 바둑을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각종 언론과 광고를 잠식했던 두 사람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스승을 제압한 제자, 청출어람을 넘어서 제자가 스승에게 압승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으며 많은 이들을 흥분케 한 사건이었다. 30년이 흐른 뒤, 우리 앞에 도래한 “승부”(2025)는 1990년대의 세기 대결을 '승부'라는 타이틀로 현재화하며 동시대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건다. 표면적으로 그 '말'은 조훈현 9단(이병헌)의 견습생 초년 시절, 스승으로부터 건네받았던 바둑판 뒷면을 통해 전달된다. "바둑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세상은 그들을 두 사람의 대결이라 평가했지만 영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