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최북단, 북한과 맞닿은 접경 지역이자, 한탄강과 임진강이 관통하며 굽이굽이 절경을 빚은 청정 동네 ‘연천’. 화산활동이 만든 주상절리 풍경과, 오랜 시간 사람 손 닿지 않아 오롯이 지켜낸 지질 명소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천혜의 자연만큼이나 때 묻지 않은 이들이 모여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동네 ‘연천’으로 319번째 여정을 떠나본다.
군사분계선 아래, 최전방에 위치한 동네 연천. 다소 멀게 느껴지던 연천이 1호선 종점이 기존 소요산역에서 연천역으로 연장돼 이전보다 접근성이 좋아졌다. 연천역에 내리면 우리 철도 역사의 유물이자, 시대적 아픔을 간직한 ‘급수탑’을 만나며 비로소 최북단 동네에 왔음을 실감한다. 연천의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연천역에서 연천 한 바퀴 출발해 본다.
8년 전 오래된 주택을 매입해 집 안에 서점과 빵집을 운영하는 부부가 있다. 한때 서울에서 목회자와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던 부부는 결혼 전부터 꿈꿔왔던 평화로운 시골살이를 이루기 위해 연천으로 귀촌했다. 누릴 것 많은 도심을 벗어나 최소한만 취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부부는 집 담장을 허물어 누구든 찾아올 수 있게 하고, 집 거실은 빵집으로, 방 한 칸은 작은 서점으로 꾸몄다. 빵은 하루 50개만 굽고, 부부가 좋아하는 책들을 딱 한 권씩만 진열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집이다. 그곳에서 한 달에 딱 100만 원만 벌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부부의 행복 일지를 엿본다.
군사분계선 아래 최전방 접경지인 연천은 군부대가 많아 군인들의 백화점이라 불리는 ‘군장 용품점’도 쉽게 볼 수 있다. 군인들에게 필요한 물품은 모두 갖춘 이곳에도 ‘분홍색 꽃신’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또, 최북단에 위치한 한 마을에서는 최대 40명이 탑승해 민간인 통제 구역을 둘러볼 수 있는 트랙터 체험이 가능하다. 투어 마지막엔 연천콩으로 끓인 ‘콩탕’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18살에 사물놀이를 배우다가 현악기 제조에 발을 들이게 된 이명식 악기장. 처음엔 공장에서 단순 제작 업무만 했으나, 점점 그 매력에 빠져 스승님을 만나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세월이 30년이다. 그중 15년은 부속품 만드는 것만 배울 정도로 인내심 없인 불가능한 시간을 보냈다. 가야금 하나 완성하는 데 길게는 8년 소요된다. 그렇게 완성한 몸값은 천만 원대를 오간단다. 여전히 최고의 소리를 찾고 있다는 이명식 악기장의 남다른 열정을 만나본다.
일산에서 대형 제조 공장을 운영하던 중, 화재 사고로 전 재산 잃은 이예숙, 송기정 부부. 아이들 데리고 종종 놀러 오던 연천으로 와 재기를 꿈꾸며 감자 농사에 부추 농사까지 도전했으나 그마저도 대실패했다.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시작한 사과 농사가 마침내 빛을 봤다. 하지만 늦둥이를 본 부모 마음이었는지, 몇 년 만에 겨우 성공한 사과를 시중에 파는 게 그렇게 아깝더란다. 고민 끝에 농사지은 사과 전량을 직접 소비하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사과 요리 전문점이 탄생했다. 부부의 아이디어가 담긴 사과 돈가스와 멘보사과, 사과 파스타까지. 부부는 연천에서 달콤한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다. 실패 끝에 만나 더 달달한 부부의 성공담을 들어본다.
한때 연 매출 4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할 만큼 잘 나갔으나 회사를 잘못 인수해 부도를 맞고, 그 충격으로 두문불출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욕심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며 설렁설렁 살자’는 마음에 취미로 시작한 닭 키우기. 그 닭이 이젠, 우스갯소리로 ‘자식보다 더 귀하고, 손주보단 덜 귀한 존재’가 됐다. 올해로 13년 된 김성중 씨의 양계장 이야기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자란 탓에 절대 농사꾼은 되지 않겠다던 다짐과 달리, 김성중 씨는 닭 키우는 농부로서의 삶이 행복하단다. 그 모습을 보고 유학길도 포기하고 합류한 아들 태현 씨까지, 요즘엔 두 부자가 닭과 사랑에 빠졌다. 두 남자의 행복한 유정란 농장을 찾았다.
50여 년째 한탄강에서 고기를 낚는 베테랑 어부, 신용선 씨를 만났다. 그에게 한탄강은 삶 그 자체다. 스물일곱 되던 해, 강에 휩쓸려 온 불발탄이 터지며 오른팔을 잃었지만, 그날 이후로도 강을 떠날 수 없었다는 용선 씨. 한 팔로도 고기는 잡겠지, 라는 심정으로 강으로 나갔고, 그 뚝심 덕에 아내도 만나 결혼하고 자식들도 건사했다. 강이 내어주는 만큼 고기를 잡아다 가장 싱싱할 때 얼큰하게 끓여내는 그의 매운탕이 유독 깊은 맛이 나는 건 용선 씨의 희로애락이 녹아들어서는 아닐지. 고된 시절 다 이겨내고 이젠 강물처럼 잔잔하고 평온한 신용선 어부의 인생을 만나본다.
풍파 이겨내고 찾은 고요한 일상, 그 속에 단단히 뿌리내린 삶의 아름다움은, 5월 1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