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차 서울시 소속 지방 공무원인 김소리 씨. 출산 과정에서 양수를 먹고 저산소증으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지만, 부모님은 일반 학교에 보냈고, 친구들처럼 똑같이 공부했다. 필기를 따라잡을 수 없어 공책을 아예 복사했고, 떨리는 손으로 교복 단추 잠그기도 쉽지 않았다. 사소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애. 스무 살 무렵 뇌에 전기 자극을 줘 떨림과 강직을 줄여주는 뇌심부 자극술을 받은 후, 소리 씨는 걸음걸이가 한결 편안해졌고, 덩달아 자존감도 확 올라갔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이까짓 거 해보는 거지’라고 다짐하는, 천성이 밝고 긍정적인 소리 씨. 해외여행도 혼자 다니고, 부모님 걱정을 뒤로하고 서울에서 자취하며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도 합격해 지금은 7급 공무원이다. ‘감히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감히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라며 머릿속에 질문들이 떠나지 않았지만, 어느덧 결혼 4년 차.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공대에 다니던 방정수 씨는 그 당시 장애인 봉사 활동을 다녔다. 스물여섯 살의 봄, 장애인 복지를 더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처음 대학원에 간 날, 당당하게 질문하던 다섯 살 위의 소리 누나를 만났다. 함께 수업을 들었고, 운전도 소리 누나에게 배웠다.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게 사귀자 먼저 고백했다. 두려움 없는 ‘용감한’ 사람이었다. 후퇴란 없던 직진 연하남은 “내 부모님의 반대는 내 몫”이라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몸이 약한 소리 씨가 아기를 낳은 후엔 잠시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두고 육아휴직에 돌입했다. 아내와 아기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남편은 요리 실력이 날로 늘고 있다. 3년 간의 휴직을 끝내고 아내는 출근하고, 육아와 살림은 정수 씨가 맡았다.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능숙하게 청소하고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따끈한 저녁까지 차려놓는 스윗한 남편이다. 바람이 있다면 약간의 자유 시간이랄까. 아내의 선심 덕에 1년 만에 게임을 해보려고 하는데, 이안이가 다가왔다.
육아와 살림을 남편에게 맡기고 복직한 소리 씨. 구청 보건소, 보건행정과로 발령받았다. 3년 사이 시스템도 많이 달라져 공부할 게 많지만 어느 부서에 가든 ‘일 잘하는 김소리’다. 소근육 사용이 어려워 공문 작성은 시간이 걸리지만, 어떻게든 다 해낸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목욕이나 옷 갈아입히기 같이 힘쓰는 일은 남편이 하고, 소리 씨는 이안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아준다.
늘 딸 걱정을 놓지 못하던 친정 부모님도, 외동아들의 ‘너무’ 용감한 사랑을 탐탁지 않아 하던 시부모님도 손주 이안이 앞에선 사르르 무장해제다. 전에는 알지 못하던 행복과 기쁨 덕이다. 하지만 육아를 하며 “불안해”라는 말을 유독 듣게 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소리 씨는 예민해지고 만다.
공부와 취업, 결혼과 출산. 삶의 모든 순간이 그녀에겐 도전이었다.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헤쳐 나온 당찬 소리 씨. 꿈이라면, 사랑하는 가족과 평범한 하루를 사는 거다.
‘장애 때문에’ 뭔가를 포기하고 싶지도 물러서고 싶지도 않기에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소리 씨. 평범해서 더 소중한 오늘이다. 그 오늘을 살아내는 용기를 가진 거침없는 소리 씨의 이야기가 2026년 2월 16일(월) 오전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을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