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사랑한다 우리의 바다 '충청남도 태안군'

  • 2026.06.19 07:25
  • 2시간전
  • KBS

전국에서 모여든 123만 봉사자들의 온기와 주민들의 눈물겨운 손길로 검은 상처를 딛고 푸른빛을 되찾은 태안의 바다, 그리고 그 위대한 바다를 닮아 삶의 풍파 속에서도 내일을 일군 사람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서해안의 천수만 물결 위로 눈길을 붙드는 탑 하나가 떠 있다. 조구널섬과 여우섬 사이, 바다 한가운데 세워진 부상탑이다. 수심이 10m 안팎으로 얕아 갯벌이 넓게 발달한 이곳은 하루에 단 두 번, 썰물 때가 되어야 탑으로 향하는 바닷길이 열린다.

부상탑이 세워진 건 2009년 늦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던 시기, 태안이 다시 편안한 바다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부상탑은 이제 태안의 아픔과 회복을 함께 기억하는 명승지가 되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바다, 태안에서의 첫걸음을 부상탑에서 시작해 본다.

게가 많이 잡히는 태안에서는 예부터 작은 게를 빻아 김치에 넣거나, 게장을 담근 뒤 남은 간장으로 김치를 담가 감칠맛을 더했다. 이 김치가 푹 익으면 물을 넉넉히 붓고 끓여 먹었는데, 이것이 바로 태안의 향토음식인 게국지다. 고춧가루가 귀하던 시절 만들어 먹던 음식인 만큼, 본래 게국지는 시원 칼칼한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태안군 원북면에서는 옛 조리법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 해, 20여 년 넘게 하얀 게국지의 맛을 이어오고 있는 모자가 있다. 한때 어머니를 천년만년 살게 해드릴 약을 개발하겠다며 제약회사에 들어갔던 아들은, 이제 어머니를 은퇴시켜드리고 어머니의 자부심인 게국지의 맛을 한결같이 잇는 것이 꿈이 됐단다. 어머니의 손맛에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과 기록을 더 해 태안의 옛 맛을 이어가려는 아들의 새로운 도전을 만나본다.

태안군 남면, 인적 드문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꽃들이 계절마다 피어나는 정원이 있다. 이곳을 가꾸는 사람은 인천에서 30년 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정래 씨다. 2009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6차례나 이어갔으나 암이 뼈로 전이되자, 10여 년 전 태안에 내려와 흙을 만지고 꽃을 심으며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홀로 정원을 돌보는 아픈 딸이 걱정되어 어머니도 태안에 내려왔으나, 어머니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암을 판정받았다. 모녀는 서로를 돌보며 2년 반 동안 함께 흙과 씨름했고, 지금의 정원은 그 시간이 꽃으로 남은 공간이 되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정원을 지키고 있는 정래 씨. 엄마와 딸의 시간이 고스란히 피어나는 치유의 정원을 찾아가 본다.

반려 가구 552만 시대.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고운 갯벌과 잔잔한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어촌마을인 병술만 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도 반려견과 함께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각양각색 귀여운 강아지들과 함께 해루질도 해보고, 바다가 주는 유쾌한 시간을 만끽해 본다.

태안군에서 가장 작은 동네지만, 크고 작은 무인도를 여럿 품은 고남면. 이곳에는 바다가 빚어낸 조개껍데기로 작품을 만드는 은수 씨가 있다. 오래전 이혼 후, 30여 년간 건축 현장에서 억척스럽게 일하며 두 딸을 키워낸 은수 씨. 하지만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은 뒤, 30년 가까이 이어온 건축업을 불과 한 달 만에 정리했다. 이후 딸의 시댁이 있는 태안으로 내려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은수 씨의 반짝이는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본다.

섬 속의 섬, 태안군의 작은 섬 마도에는 평생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온 어부 남편과 제주 해녀 출신 아내가 있다. 남편을 따라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오지 섬 마도에 정착한 아내.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한평생 해녀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40여 년 동안 한결같이 배를 탔다.

우직한 바다 사나이는 손끝의 감각으로 고기를 끌어 올리는 ‘땅끌이’라는 기법으로 자연산 우럭을 낚는다. 자연산 우럭을 손맛 좋은 아내가 찜과 구이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콤한 우럭통양념구이로 만든다.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도 서로의 곁을 지켜온 부부. 그 깊고 진한 정이 담긴 우럭통양념구이를 맛본다.

물에 금이 흐른다는 뜻을 지닌 낭금마을. 낭금갯벌에서는 오래전부터 마른 갯벌의 흙을 끓여 소금을 만드는 전통 방식, 자염이 성행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천일염이 들어오고, 1960년대 간척사업까지 이뤄지며 태안 자염의 명맥은 끊길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낭금갯벌의 제방이 유실되며 갯벌이 다시 살아났다. 2001년에는 복원사업을 통해 할아버지의 기술이 손자에게까지 전해졌다. 부드러운 짠맛에 은은한 단맛이 감돈다는 태안의 자염. 사라질 뻔한 전통을 되살린 낭금마을에서, 대를 이어 바다의 금을 만드는 자염 부자의 달콤짭짜름한 인생을 만나본다.

삶의 모진 파도 속에서도 기어이 자신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6월 2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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