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한국인의 밥상’ 15주년 특집, 최수종·이찬원·윤주모 셰프가 차려 낸 감사의 민어 밥상

  • 2026.09.02 10:07
  • 1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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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어느 날, 충청남도 서천군 기산면 산정리에 자리한 100년 고택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국인의 밥상’의 밥상 지기인 최수종 배우보다 먼저 도착한 이는, 우리의 맛과 흥을 사랑하는 가수 이찬원과 ‘흑백요리사 2’에서 한식의 깊은 맛을 보여주며 톱 5에 오른 셰프 윤주모(윤나라)다.

평소에 ‘한국인의 밥상’을 즐겨 보는 두 사람이 1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 아침부터 8킬로그램이나 되는 민어 손질에 매진한다. ‘한국인의 밥상’의 밥상 지기인 최수종까지 합세해 더운 여름 빠질 수 없는 보양 생선인 민어로 민어전, 민어 부레 무침, 민어 맑은탕까지 한국의 여름을 오롯이 담은 밥상을 차린다. 과연 누구를 위한 밥상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국인에게 ‘손님’은 극진히 모셔야 하는 특별한 존재다. 세 사람이 모인 것도 아주 특별한 손님맞이를 위함이다. 100년 고택을 사랑방으로 삼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진귀한 재료로 최고의 한식을 차린다. 거기에 전국 팔도에서 ‘한국인의 밥상’에 출연했던 출연자들이 지역 특산물까지 고택에 답지한다. 시간을 들인 만큼 깊어지는 정성이, 손님들의 마음에 따스함으로 익어갈 거란 기대감에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각각 자신만의 특별한 사연을 안고 아르헨티나와 미국 각지에서 한국을 찾은 네 명의 손님들. 첫 손님은 2012년 10월 방송된 ‘한국인의 밥상’ 뉴욕 편에서 ‘한식을 사랑하는 뉴요커’로 소개된 멜린다 씨(55). 당시 직접 키운 깻잎으로 만든 깻잎장아찌를 1대 ‘한국인의 밥상’의 밥상 지기였던 최불암 배우에게 선보였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한식을 만들며 한국을 방문하는 꿈을 키워온 그녀. 누구보다 한식을 사랑하는 멜린다 씨는 한국의 음식을 직접 배울 생각에 기대감이 가득하다.

두 번째 손님은 1983년 선교사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국 가요에 푹 빠진 로버트 씨(62)와 딸 새리 씨(21)다. 부녀는 한국의 옛 가요를 리메이크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의 느꼈던 정(情)을 잊지 못하고, 언제나 한국을 자신의 또 다른 고향이라고 생각했다는 로버트 씨. 그리운 한국의 맛을 찾아 딸과 함께 또 한 번 한국을 방문했다.

가장 멀리서 온 손님은 한인 최초의 아르헨티나 지상파 방송국 앵커 출신인 황진이 씨(49)다. 현재는 자신의 채널을 개설해 K-컬처를 알리는 영상을 소개하며 한국과 라틴아메리카를 문화로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먼 타지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잊지 않았던 그녀. 40년 동안 한 번도 고국에 오지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 고향의 맛을 만끽하고 싶어 ‘한국인의 밥상’을 찾았다. 저마다의 사연을 들고 온 귀한 손님들이 이번 특집에서 어떤 맛과 어떤 정을 느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랑방 손님들은 시골 마을이 신기해 오자마자 마을 구경에 나선다. 우연히 들른 마을회관에서 ‘모시 째기’를 하고 계신 동네 어르신들을 만난다. 충청남도 서천군의 한산 모시는 예로부터 마을 여성들이 모여 함께 작업해 만들었다. 손님들이 마을회관에 들렀을 때도 마을 어르신들은 앞니를 이용해 모시실을 만드는 ‘모시 째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골이 난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될 만큼 고된 작업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지어 늦은 밤까지 실을 뽑아야 했던 어머니들. 그렇게 엮은 한 올 한 올이 자식들을 키운 밑천이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어머니들은 팍팍한 인생살이를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한국인의 밥상’은 15년 동안 이들처럼 눈물과 웃음이란 씨줄과 날줄로 인생을 직조하는 어머니들을 만났고, 그들이 차린 진한 한국의 맛을 기록했다. 사랑방 손님들은 이들을 통해 15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굳건히 지킨 진짜 주인공이 ‘어머니’였음을 확인한다.

‘한국인의 밥상’의 특별한 인연이 되어준 사랑방 손님들은 마을 구경을 끝내고 한 자리에 모여 만두를 빚기 시작한다. 서로 저마다 모양의 만두를 빚으며 복을 싸서 전한다는 만두의 의미를 배우는가 하면, 사랑방 손님들은 가족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며 정을 빚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만끽한다.

집에 들른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하나라도 더 내어주는 한국의 정(情). 손수 빚은 만두를 마을 어르신께 드리러 갔다가 받아온 선물이 한 아름이다. 시집올 때부터 담가왔다는 묵은장에 햇장을 보태 숙성한 간장과 마당 텃밭에서 바로 따낸 조선 오이, 고추장과 매실청, 잡젓까지.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머니의 따스함이 가득하다. 밥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건 보자기에 바리바리 싸서 보낸 축하의 마음이었다.

지난 ‘한국인의 밥상’ 출연자들이 전국 팔도에서 보내온 특산물들이 담긴 선물 보따리. 정성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한 상에, 외국 손님들은 손님을 귀한 인연으로 여기고 손님에게 베푸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는 한국인의 마음을 알아간다. 말과 문화는 달라도 마음으로 채워진 밥상 앞에 식구가 되는 순간. 밥 정(情)으로 세계를 잇는 ‘한국인의 밥상’의 의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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