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멈추어 돌아보다 - 서울 강북구

  • 2025.02.13 16:39
  • 6시간전
  • KBS

자꾸만 멈추어 서서 돌아보게 만드는 길, 307번째 여정은 서울 강북구에서 새로운 꿈과 변함없는 열정이 어우러진 사람들의 삶과 만난다.

음식점이 들어서기엔 좁디좁은 길이지만 주택을 요령껏 개조해 맛집이 즐비한 미아동의 오래된 골목. 그곳에서 동네지기의 눈길을 끈 곳은 반지하 주택을 개조한 개성 있는 카페다. 베이글 장식이 인상적인 이곳은,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두 자매가 운영하는 베이글 전문점이다.

무대 디자이너였던 언니는 공연이 줄어들어 월급이 삭감됐고, 동생은 피부관리사로 근무했지만, 손님이 줄어 아예 직장을 잃었다. 막막한 위기 상황을 자매는 평소 꿈꾸던 카페 개업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쫄깃 담백한 베이글을 만들어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 변해가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하면서도 맛있는 베이글을 만들기 위해 자매는 오늘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늘상 다투지만, 서로가 가장 든든한 존재라는 베이글 자매의 달콤한 일상과 만난다.

아직도 대문 앞에 ‘개조심’ 문구가 붙어 있는 정겨운 주택가에서 자개를 들고 공예를 배우러 가는 수강생들과 만났다. 그들을 따라가 들어간 곳은 작은 평수의 맨션에 꾸려진 공방. 그 소박한 작업실의 주인은 우리나라 나전칠기 분야 명인으로 선정된 오왕택 장인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가구공장에 취업해 기술자로 성장했지만,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무형문화재인 스승에게 사사받으며 작품세계를 펼쳐나갔다. 그러나 IMF로 나전칠기 수요가 줄고 유통과정에서 사기도 당하면서 결국 생활고에 부딪혀 퀵서비스로 돈을 벌었던 명인.

그러나 아내와 자녀들의 응원과 격려로 다시 나전칠기를 시작했고 그가 만든 작품은 영국에까지 초청되어 극찬을 받았다. 오늘도 한 조각 한 조각으로 아름다운 선을 새기며 후대에 남을 작품을 만들어가는 명인과 만난다.

옛날 빨래골로 불리던 수유동 경사진 뒷길을 걷다 뜻밖의 수제 맥주집을 만났다. 독특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수제 맥주를 만들어 지역브랜드로 만든 건 이 동네 아빠들. 지역 봉사활동에 바쁜 아내들을 대신해 육아를 도맡던 아빠들이 만든 수다 모임에서 나온 ‘우리 맥주 한번 만들어볼까?’가 현실이 됐다. 취미 삼아 맥주 제조를 배우고 연구한 지 6년 만에 그들만의 맥주 레시피를 찾아냈고 동네맥주로 브랜드화 시켰다. 여러 행사와 축제 시음회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그들은 조합을 만들어 맥주집도 운영 중이다. 낮에는 각자의 본업을 지키고, 저녁에는 돌아가며 가게를 운영하면서 얻은 이익은 마을 공동사업에도 기부하고 있다. 작은 수다 모임에서 시작해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를 탄생시킨 아빠들. 전국의 맥주를 알고 싶다는 아빠들의 유쾌한 반란을 들여다본다.

언제나 북적대는 수유재래시장에서도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드는 가게가 있다. 지글지글 철판 위에 구워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진정한 ‘겉바속촉’을 자랑하는 생선구이는 수유재래시장의 명물이다. 친정어머니에게 시장가게를 물려받은 부부는 처음에 생선을 팔았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생선 손질을 어려워하고 집에서 구워 먹기 힘들어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생선을 손질해서 구워 팔기 시작하면서 소위 대박이 났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처음 칼 잡는 것도 서툴렀던 남편은 이제 생선 손질의 달인이 되었다. 결혼하고 벌이가 시원찮아 분유값도 없었다는 부부는 생선구이 덕분에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부부의 한결같은 믿음으로 노릇노릇 구워내는 생선구이를 맛본다.

80대 할머니 90대 할아버지가 요리하고 서빙한다. 시니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민들에게 저렴하게 집밥을 제공하는 취지로 마련된 사회적기업 형태의 식당이다. 올해 91세의 김형수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얼마 전 꿈에도 그리던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요리하고 일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놓치지 않게 된 게 가장 큰 기쁨이란다. 단순한 식당이 아닌,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이 공간에서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평탄한 길보다 경사진 길이 더 많은 동네 여기저기를 걷다 동네지기 눈에 들어온 간판 하나. ‘등산화 연구소’. 목이 길고 짧고, 앞코가 둥글고 가늘고,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등산화들이 빼곡히 놓인 이곳은 55년간 손으로 등산화를 만들어온 김완중 장인의 작업공간이다.

발의 길이, 폭, 높이를 직접 측정하고, 한 땀 한 땀 손으로 가죽과 밑창을 이어 붙여 한 사람의 발에 꼭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등산화를 만들어낸다. 열다섯 살에 신발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는 장인. 고된 현실을 등산하며 날려 보내면서 등산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산을 타면서 제대로 된 등산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쳤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등산화를 신고 히말라야를 11번 등반한 어엿한 산악인이기도 한 장인은 오늘도 발이 편하고 안전한 등산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큰 도시 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삶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강북구의 매력이 15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편에서 공개된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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