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삶에 대한 욕망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다만 나에게 약속된 저 양철북만이 당시 태아의 머리 위치로 되돌아가려는 나의 욕구가 강력하게 표출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여기서 마침표를 찍고, 이 상태에 머무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양철북”(귄터 그라스, 장희창 옮김, 민음사)
주인공이자 화자인 30살 오스카가 정신병원에 갇혀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의 소설이다. 이 회고는 독일 현대사의 회고이자 반성이다. 현대소설 걸작의 하나로 꼽히는 “양철북”은 1959년 초판이 발행되기 전부터 화제를 뿌렸다.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한 귄터 그라스는 1954년에 당시 독일 전후 청년 문학을 대표하는 모임 '47그룹'에 가입하여 1958년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초고를 모임에서 읽는다. 이 낭독만으로 “양철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