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도깨비 할아버지의 육아 일기

  • 2025.10.31 15:04
  • 6시간전
  • KBS

위로 올라간 눈썹에 사나운 눈매를 지닌 할아버지 창동 씨. 호통 한 번에 애들 여럿 울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손주들 애정 공세 듬뿍 받는 다정한 할아버지다. 요즘 다섯 살 쌍둥이 손주들 덕분에 험난한 육아의 세계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할아버지. 환갑 넘은 나이에 쌍둥이 손주들을 돌보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째다.

스무 살 초반에 아빠가 되면서 이른 결혼 생활을 시작했던 아들.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시작된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고, 결국 아들 부부는 일 년 만에 이혼을 택했다. 쌍둥이는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던 부모 대신 돌 무렵부터 여러 집을 거치며 생활했다. 작년 봄,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품까지 오게 되었다는데. 사실 환갑 넘은 할아버지 혼자 다섯 살 쌍둥이들을 키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의 만류와 시설 입소 권유에도 할아버지는 끝까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 품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아이들. 애들을 씻기고, 입히고, 입맛 맞춰 먹이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지만 할아버지는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노력 중이다.

임대한 작은 밭에서 메밀과 콩 농사를 짓던 할아버지. 계속 수익이 나질 않아 올해부터는 열무도 심어봤지만, 이번에도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건강까지 안 좋아지면서 이제는 농사도 힘에 부친다. 6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던 할아버지는 지난 9월, 또다시 쓰러지면서 두 번째 시술을 받아야 했다. 쓰러진 이후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든 걱정은 자신이 잘못되면 남겨질 쌍둥이들과 인근에 거주하는 구순의 어머니였다. 최근 치매 진단받은 어머니와 다섯 살 손주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에 걱정과 고민만 커졌다. 게다가 허리 디스크에 무릎 연골도 심하게 닳아 인공관절 수술도 받아야 하는 할아버지. 하지만 수급비만으로 빠듯한 형편에 선뜻 수술받을 수도 없다. 병원비도 문제지만 수술 후 재활까지 생각하면 아이들 돌봄을 맡길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들은 어디서 뭘 하며 지내는 건지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 어린 손주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는 수밖엔 없다.

할아버지랑 있을 때가 제일 좋다는 아이들. 할아버지가 잠시 밭에만 다녀오겠다 해도 한바탕 눈물바다가 된다. 어린이집에서 그리는 그림과 편지에도 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뿐. 아픈 할아버지 돕겠다며 고사리손으로 밥을 푸고, 할아버지 약을 챙기는 등 겨우 다섯 살 꼬맹이들 마음이 할아버지 걱정으로 가득하다.

그런 손주들을 볼 때면 마음이 무거운 할아버지. 계속해서 양육자가 바뀌었던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불안한 환경을 주고 싶지 않은데, 속도 모르고 아픈 곳만 점점 늘어가니 답답한 노릇이다. 게다가 다가오는 겨울, 아이들이 지내는 집도 걱정이다. 단열도 되지 않는 데다 세면대와 욕조도 없는 낡은 화장실. 지난겨울에도 내내 감기를 달고 살던 터라 이번 겨울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손주들에게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몸도 형편도 따라주질 않는 상황. 오늘도 할아버지의 근심만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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