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고장이자 산과 드넓은 평야, 호수가 어우러져 예부터 풍광이 수려하기로 이름난 전라남도 담양. 그중에서도 담양호를 품고 솟은 추월산(731m)은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의 경계를 이루며, 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석벽이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라남도 5대 명산이자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에 속하는 추월산. 기암괴석과 단풍, 담양호 등 다채로운 풍광으로 깊어지는 가을에 더 빛나는 담양 추월산으로 한국화가 박석신 씨가 여정을 떠난다.
먼저 찾은 곳은 담양의 대표 명소 중 하나인 죽녹원. 대나무가 숲을 이룬 죽녹원은 8개 테마로 구성된 2.4km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죽림욕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초록의 향연에 눈이 시원해지고 대숲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심신이 편안해진다.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은 인접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조선 인조 때 담양천의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숲인 관방제림에는 약 200그루의 노거수들이 2km에 걸쳐 늘어서 있다. 이어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길에 이른다. 낙엽이 흩날리는 길을 따라 늦가을의 풍경 속으로 걸어간다.
담양호를 따라 용마루길을 잠시 걷다가 호수를 내려다보는 추월산에 오른다. 연못을 뜻하는 '담'과 볕을 뜻하는 '양'을 쓰는 담양(潭陽)은 물과 햇빛이 풍부한 고장이다. 햇살에 비친 단풍이 눈을 즐겁게 하고, 낙엽이 깔린 등산로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자연을 스케치하며 전국의 산천을 찾아다니는 박석신 한국화가도 이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예술가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경지인 ‘환동’은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뜻. 깊은 숲속에서 자연에 담긴 순수함을 만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늦가을 단풍을 보며 시 한 수 읊어본 후 다시 이어가는 산행. 가파른 계단을 지나 전망대에 서니 푸른 담양호 너머로 강천산 능선이 펼쳐진다. 이어 거대한 바위를 타고 오르자 숨이 가빠지고, 깎아지른 벼랑 끝에 자리한 보리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리암은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고찰로, 담양호와 호남정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 놓칠 수 없는 풍경 앞에서 박석신 한국화가는 붓을 들어 자연을 담는다.
추월산(秋月山)의 이름은 가을밤 올려다보면 바위 봉우리가 달에 닿을 듯 높아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름처럼 높고 험준한 바윗길이 이어지지만, 정상에서 만날 풍경을 생각하면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마침내 보리암 정상에 오르자 전망이 탁 트이며 담양호가 용이 승천하듯 굽이치고, 그 너머로 이어진 연봉들이 장쾌한 풍광을 그려낸다. 유려하게 흐르는 담양호를 품고 만추의 정취가 깃든 추월산을 에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