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꼬무’가 50년 전 미제로 남아 있던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의 생존자를 최초 공개함과 함께 피해자의 의지와 연대가 시대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연출 이큰별, 이동원, ·김병길 이하 ‘꼬꼬무’) 204회에는 ‘N번째 피해자의 목소리’를 주제로 배우 정만식, 안혜경, 가수 양파가 리스너로 참여했다.
‘꼬꼬무’에서 2025년 5월 방송된 바 있는 영구 미제 사건 ‘부산 아동 연쇄 살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최초로 공개되어 충격을 선사했다. 50년 만에 용기를 내 ‘꼬꼬무’ 제작진에 직접 제보를 요청한 생존자는 “방송 속 사건의 범인을 내가 만난 적 있다”고 밝혀 긴장감을 자아냈다. 드디어 범인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수 있는 상황.
‘부산 아동 연쇄 살인사건’은 1975년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7세 여자아이와 5세 남자아이가 동일한 방식으로 잔혹하게 살해됐고, 범인은 피해 아동의 몸에 ‘후하하 죽였다’ 라고 쓰는 등 극악한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경찰이 부산 전역을 수색했으나 범인은 끝내 검거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제작진에게 생존자가 연락해 온 것. 방송에는 범인과 닮은 남성이 한 아이와 약수터로 올라갔다는 내용이 소개됐는데, 그 아이가 바로 50년 만에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낸 생존자였다. 이처럼 놀라운 상황에 안혜경은 “소름 돋는다”라며 긴장했다.
당시 아홉살이었던 제보자는 그날의 상황을 아직까지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밝혔다. 다정하게 말을 걸며 과자를 사주겠다던 남성의 태도, 산길로 향하며 갑자기 돌변해 제압하려 했던 순간까지 생생히 떠올린 후, 사건 후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며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고백을 듣던 안혜경과 양파는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자신이 살인범으로부터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생존자는 상세한 살인범의 인상착의와 함께 자신처럼 어딘가에서 자신을 탓할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내길 바라는 편지를 보내 뭉클함을 전했다. 정만식은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라며 깊이 공감했고, 양파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장치들이 이런 사람들을 더 잘 도와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47년 뒤인 2022년 5월, 부산에서는 또 한 번 충격적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발생했다. 귀가 중이던 26세 진주씨는 모르는 남성에게 기습적으로 공격당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발견됐다. CCTV에는 남성이 수분간 뒤따라가다 갑자기 머리를 가격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범행 직후 범인은 휴대폰 유심칩을 버리고 여자친구 집으로 도주했으며, 체포 후에는 ‘술에 취해 있었다’, ‘피해자가 기분 나쁘게 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여자친구 휴대폰에서는 ‘묻지마 폭행’, ‘부산 강간 사건’, ‘머리 출혈 사망’ 등 섬뜩한 검색 기록이 발견됐다
CCTV에 밝혀진 범죄 외에 성범죄는 부인한 범인은 이미 누범 기간이었으며, 전과만 18범이었다. 검찰은 사전 미행 정황과 마지막 가격 장면을 근거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그후 그는 반성문으로 형량을 줄이려고 했는데 그 내용이 분노를 자아냈다. 반성문에는 “귀신이 씌었다”, “과거 죄는 이미 벌받았다” 등 책임 회피성 발언이 가득했다. 양파는 “이게 반성문이 아니라 협박문 아니냐”라고 일침을 놓으며 흥분했다.
하반신 마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진주씨는 놀라운 재활 끝에 모든 공판에 직접 참석했다. 1600쪽이 넘는 기록을 스스로 검토하며 강력 처벌을 호소한 모습에 정만식은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양파는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법정에 나서는 게 너무 두렵고, 어렵고, 괴로웠다”고 공감하며 “너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1심 재판부는 범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진주씨는 온라인에 “12년 후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건을 공론화시켰다. 이후 범인이 교도소에서 보복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이어졌고, 시민 8만여 명의 서명과 진주씨의 요청으로 이례적인 DNA 재감정이 진행됐다. 그 결과 범인의 DNA가 새롭게 검출됐고, 법원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후 진주씨는 피해자 보호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며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 고 김혜빈씨의 부모님과 연대했다. 그는 변화가 자신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목소리를 내온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안혜경은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숨거나 목소리 내지 못한 게 현실이었는데 이렇게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혜빈이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후 진주씨를 중심으로 한 피해자들의 연대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배상 확대’로 연결됐다. 2026년 1월 1일부터 ‘범죄 피해 구조금 제도’가 시행되는 것.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세상을 바꿀 힘이 된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양파는 “이렇게 목소리를 내줘서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게 감사하다”고 했고, 안혜경과 정만식 역시 “연대가 이어져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50년 만에 제보라니. 범인 묘사할 때 소름 돋음”, “반성문 내용 보고 혈압 오름. 너무 화가 난다”, “진주씨 정말 대단하다. 재판장에 직접 나섰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진주씨의 용기와 끊임없는 노력 존경스럽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힘든 일을 겪고도 끝까지 버티는 피해자분들이 있구나” 등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