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아흔, 나에게 쓰는 편지...역사의 풍파 속에 미뤄둔 ‘글자’와의 만남

  • 2026.04.03 08:55
  • 4시간전
  • KBS

새벽 5시가 되기 전, 하루를 시작하는 두 사람이 있다. 96세 오상호 할머니와 91세 박춘화 할머니다. 부산의 한 평생학습기관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친 이들은 졸업 이후에도 매일 책상 앞에 앉는다. 익숙하지 않은 글씨는 자꾸 틀리고 외운 것은 금세 잊히지만, 두 사람은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적으며 하루를 채운다.

그래 니는 배우지마라, 나는 배울란다. 치매 안 걸릴라 배울란다”

오상호 할머니는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 문턱을 밟지 못했다. 박춘화 할머니는 독립운동하던 아버지를 따라 만주에서 유년을 보냈다. 전쟁과 피난, 다섯 남매를 키우는 사이 배움이 멀어졌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났다. 뒤늦게 글을 배우자 세상이 달라졌다. 처음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목적지를 읽고 버스를 탔다. 간판을 소리 내어 읽고, 키오스크 앞에 섰다. 오랫동안 미뤄온 배움. 그 끝에서 다시 마주한 세상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왜 이제 와서 배우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여러 이유를 댔다. 하지만 사실 남겨둔 답이 있었다. 글을 배우면 편지를 쓰고 싶었다. 자식들에게,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책상에 앉아 연필을 들었다. 먹고 사는 데 바빠 다정한 말을 건네지 못했던 시간과 미처 풀지 못한 마음들이 하나씩 정리됐다. 돌고 돌아, 비로소 도착한 자리. 고무공장을 다니던 열네 살의 상호와, 만주에서 혼자 좁쌀죽을 끓이던 일곱 살의 춘화에게였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끝까지 배우려 하는가. 2026년 4월 4일(토) 밤 10시 15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다큐ON’ 아흔,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두 할머니의 삶에서 찾아본다.

  • 출처 : KBS
  • KB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