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ON> 쪽쪽이·반려견·애인...수많은 이별이 담긴 곳, 이별 박물관

  • 2024.03.07 09:46
  • 3개월전
  • KBS

떠나간 사랑은 추억과 회한이 뒤섞인 ‘슬픈 물건’을 남긴다. 이 물건을 잘 처리하고 실연의 고통을 더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그 사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이별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지적한다. 이별 상처를 잊을 수 없게 하는 물품을 떠나보내거나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내보냄으로써 ‘아픈 상처’는 조금씩 잊혀진다. 이별자는 위로받고 관객들은 공감하는 이별박물관의 전시를 바탕으로 이별의 아픔과 치유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이지우 씨는 1년 사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초콜릿, 핸드크림, 옷 같은 그녀가 주었던 선물들이 남았다.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여자 친구가 비 오는 날 달려가서 한달음에 사 온 초콜릿을 그는 먹을 수 없었다. 이제 헤어진 지 몇 달이 되었지만 그녀가 준 물건들을 보면 옛 생각이 나서 실연의 아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물들을 버리자니 지난 추억도 버려지는 것 같다. 고민하던 그는 ‘이별 박물관’에 선물들을 기증하기로 한다. 

생후 12개월인 아림이와 성우는 생애 첫 이별을 앞두고 있다. ‘쪽쪽이’와의 이별. 엄마는 이제 이가 나기 시작하는 쌍둥이를 위해 육아 전문가를 초빙해 아이들이 잠시도 떼어놓는 것을 거부하는 ‘쪽쪽이’와의 이별을 시도한다. ‘쪽쪽이’가 없으면 금방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하지만 아이들은 이별에 성공하고 ‘쪽쪽이’는 이별 박물관에 기증된다.

치매에 걸린 김영예 씨는 반려견이었던 ‘오봉이’가 뒷다리가 마비된 뒤 사용하던 강아지용 휠체어를 이별 박물관에 보냈다. 황태억 씨는 75년간 해로하다가 사별한 아내의 여러 가지 물품들을 전시한다. 전태웅 씨는 35년 전 군대에서 순직한 아들에게 지금까지도 보내고 있는 편지와 아들이 입었던 군복을 전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밖에도 여러 사람의 수많은 사연이 담긴 이별 물품들을 통해 다양한 이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별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가? 전시와 다큐멘터리를 위해 취재한 여러 이별 사례를 통해 이들이 이별을 겪고 간직하는 방식들을 살펴본다. 또 실제 이별 박물관의 관람객들을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이별을 대하는 자세’를 들어본다. 또 “우리가 슬픔을 나눠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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