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61세의 ‘리틀 포레스트’, 제2의 인생을 꽃피운 ‘꽃밭의 여인’

  • 2024.07.29 09:25
  • 6시간전
  • KBS

‘안녕 꽃들아~ 참 예쁘다’ 새벽마다 꽃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하는 한 여인이 있다. 경남 함양의 깊은 산골에 사는 전정희(61)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세상과 거리를 두고 꽃을 돌보며 사는 데는 사연이 있다.

과수원집 셋째딸로 일솜씨가 야무졌던 정희 씨는 다른 형제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과수원에 남아 부모님을 도와야 했다. 결혼도 부모님 뜻에 따라 중매로 선을 본지 18일 만에 했는데 남편과 성격 차이가 심해서 20년이 넘는 결혼생활 내내 힘들었다. 우울증까지 앓게 되자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처럼 꽃밭을 가꾸며 살겠다고 결심한 정희 씨.

39살 늦은 나이에 대학교에 입학해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5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해서 모은 돈으로 땅을 마련한 뒤 남편에게 졸혼을 선언하고 홀로 산으로 들어왔다. 세상에 등을 돌린 채, 혼자서 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기를 10년. 잡초가 무성했던 땅은 이름다운 꽃이 만발한 꽃밭이 됐고 정희 씨도 마음의 상처를 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조용하고 단순한 산속의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정희 씨. 얼마 전부터 두 손녀를 맡아 황혼 육아를 하고 있다. 아들 부부가 일로 바쁘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꽃밭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한동안 자연의 품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랐으면 해서다.

꽃밭을 일구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털어버리고 웃음을 찾게 된 정희 씨. 깊은 산중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사람을 치유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전정희 씨는 10년째 새벽에 일어나 해 질 녘까지 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멧돼지며 고라니 같은 산짐승이 출몰하는 산중에 혼자 사는 게 무서울 법도 하건만 정희 씨는 한 점 두려움 없이 산골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꽃밭 위쪽 작은 농막에서 기거하는 정희 씨는 새의 지저귐 소리에 잠에서 깨서 TV 영어 회화를 시청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집을 나서 닭과 오리를 챙기고 꽃밭을 돌며 밤새 안녕한지, 손길이 필요한 꽃은 없는지 살핀다. 쓰러진 꽃은 일으켜 세워주고, 곧 꽃을 피울 꽃대들은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배고픈 것도 잊기 일쑤다. 시장기를 느끼면 텃밭에서 키운 산나물과 채소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 외의 시간은 꽃밭에서 지낸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산중생활. 하지만 정희 씨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일상이다. 이 산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까지 긴 방황의 시간이 있었던 탓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자연과 교감하고 꽃밭을 일구는 노동이 힘들기보다는 명상이 되는 산속의 생활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는데, 얼마 전부터 그 평화를 깨는 이들이 생겼다. 바로 손녀인 강민채(10)와 강은채(8) 자매다. 큰아들 부부가 일로 한창 바쁜 시기라서 정희 씨가 한동안 손녀들을 돌봐주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자식들의 힘이 돼주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손녀들이 어릴 때라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라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산골에서 시작된 정희 씨의 황혼 육아.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워 밥 먹이고 등교시키는 게 일이지만 등굣길에 만난 청개구리, 민달팽이를 관찰하고 시처럼 예쁜 말을 뱉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것도 잊는다.

모두가 도시의 화려한 삶을 향해 달려갈 때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교감하며 사는 정희 씨의 단순하지만 울림 있는 일상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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