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스페인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 – 3부 왕의 사냥터 알리바 패스

  • 2024.07.29 10:31
  • 5시간전
  • KBS

국토의 3분의 1이 산지인 스페인. 그중에서도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은 스페인 북부를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 있고, 해발 2,648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진 석회암 산과 협곡, 푸르른 강과 호수, 산속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산악 마을,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곳.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의 산군 아래,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의 풍경이 펼쳐진 알리바 패스로 산악 사진가 이상은, 세계100대 명산 탐험가 박춘기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해발 1,818m의 카벤 데 레모냐에서 알리바 패스로 걸음을 옮긴다.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내리며 한없이 이어지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니, 마치 낯선 땅에서 끝 모를 길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가 된 것 같다. 선명한 초록빛의 들판 너머로 만년설 뒤덮인 피코스 데 에우로파의 봉우리들이 내내 눈을 맞추고, 돌아본 길에는 지나온 걸음이 만들어낸 또 다른 풍경이 걸려있다. 높은 고도로 얼어붙은 잔설이 남은 고원 위,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을 식혀 줄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어느새 옅어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고, 다시 산맥 따라 점점이 펼쳐진 산악 마을로 들어선다. 다음날,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의 수많은 고개와 능선 위로 붉은 여명이 밝아오니, 순백의 산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인다. 3개의 산괴로 이루어진 거대한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 곳곳에 실핏줄처럼 연결된 길을 모두 걸을 수도 있고, 특정 구간만을 다녀오거나, 케이블카와 푸니쿨라를 이용하여 가벼운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일행은 국립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푸엔테 데 케이블카를 타고 알리바 패스를 넘어 소트레스로 향한다.

케이블카에 올라 해발 1,823m의 전망대에 도착하니, 녹음과 야생화가 수놓은 아래와는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새하얀 설국의 세계. 눈 앞을 가리는 운무가 끼고 걷힐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한쪽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 검은 암석이, 다른 한쪽에는 짙푸른 평원이 이어진 비현실적인 대자연 속을 걸어, 알리바 패스에 자리한 ‘샬레 레알(Chalet Real)’에 닿는다. 스페인의 왕이었던 알폰소 13세가 사냥할 때 이용했다는 샬레 레알. 은빛 봉우리를 배경으로 너른 초원과 빨간 지붕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강수량이 많은 지역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비를 뿌리고, 광활한 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만날 수 있는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 짙게 깔린 구름 아래로 철 지난 눈이 내리기 시작하다가도 금세 맑아진 하늘을 내보인다. 소가 자유로이 노니는 너른 초원의 길을 따라, 시간이 흘러 이제는 자연의 일부가 된 돌집들이 놓인 작은 목장에 이른다. 목가적인 경치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순수한 자연의 모습에 마음 깊이 평화가 스며든다. 사계절이 뒤섞여 흐르는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의 더 깊은 품으로 파고드는 여정, 알리바 패스를 과 함께 만나본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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