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애증의 섬’ 당사도, 아내가 돌아왔다

  • 2024.08.19 17:44
  • 4시간전
  • KBS

완도에서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외딴섬, 당사도. 이곳엔 간암에 걸린 남편 신지운(58) 씨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섬으로 돌아온 아내 정경희(58) 씨가 산다. 사실 이곳은 아이들이 어릴 때 부부가 함께 살았던 곳. IMF 시절 들어와 번듯한 직장을 얻고 생활도 안정됐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경희 씨는 섬을 떠났고,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주말부부로 지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지내던 어느 날, 간암 3기 선고를 받은 지운 씨. 남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경희 씨는 곧바로 직장을 정리하고 남편이 있는 당사도로 돌아왔다.

암 극복을 위해 부부가 선택한 건 ‘자연밥상’. 갯바위에서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텃밭에서 건강하게 키운 채소로 요리를 한다. 덕분에 밥상은 고기반찬 하나 없이도 늘 진수성찬. 된장, 간장, 식초 하나까지 만들어 쓸 정도로 공을 들이는 경희 씨, 기름도 일절 쓰지 않고 대부분 삶고 쪄서 조리한다는데. 엄격하게 채식을 이어가던 중 지운 씨는 암세포가 줄어들었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후 종종 외식도 하며 음식을 가려 먹지 않았다. 하지만, 2개월 만에 또 악화된 몸. 두 사람은 자연식에 대한 의지를 다시 되새겼다. 그 결과, 지운 씨의 암은 진행을 멈췄고 암 지표 혈액 검사 결과에서도 정상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정성을 담은 아내의 요리에 완치를 향한 지운 씨의 의지가 더해져 건강하게 지내고 있단다.

지금은 남부러울 것 없이 사이좋은 부부지만, 지운 씨가 암에 걸리기 전 두 사람의 과거는 180도 달랐다. 술을 좋아했던 지운 씨는 바깥으로 돌았고, 가정에는 소홀했다. 남편의 불같은 성격이 버거워 경희 씨는 보따리도 여러 번 쌌더랬다. 그야말로 물과 기름 같은 부부 사이였다. 경희 씨가 섬을 떠난 뒤론 사이가 더 멀어졌고 종종 만날 때면 싸우는 날이 더 많았다. 열심히 일만 하면 가장 노릇을 다 한 거라고 생각했던 지운 씨.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가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에 뒤늦게나마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떠난 바닷가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이제라도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하루하루 재미나게 살고 싶은 부부. 이젠 어딜 가나 함께 한다. 바위에서 미역도 뜯고, 낚시도 하고 서로의 SNS 촬영까지 도와주며 손발이 척척 맞는다. 남들이 보면 영락없는 잉꼬부부의 모습이다. 암이라는 ‘공공의 적’을 만나 뒤늦게나마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 두 사람. 그래서 부부는 지금 섬에서의 생활이 ‘다시 찾아온 신혼’이라고 생각한다. 싸우고 화내기만 하던 때가 언제냐는 듯 이제는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는 지운 씨와 경희 씨. 표현에 서툴렀던 지운 씨도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뒤늦게 꺼내놓는다. ‘비 온 뒤 맑음’이라는 말처럼 힘든 시간을 겪은 뒤 다시 써 내려가는 부부의 ‘신혼일기’. 한때 부부에게 애증의 섬이었던 당사도, 암이라는 ‘공공의 적’을 물리치자 사랑의 섬이 되었다. 그 섬으로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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