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에서 던진 질문은 계엄 사태가 벌어진 한국 사회 전체를 휘감았다. TV로 계엄이 선언되는 장면을 목도한 순간 모든 이들이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를 떠올렸다는 점에서, 거리로 나와 탄핵을 외친 수많은 시민이 억울한 희생자들의 핏값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쌓아 올려졌다는 것을 되새겼다는 점에서, 과거는 현재를 돕고 있는 중이며 죽은 자는 산 자를 구하는 중이다.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의 연결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과거의 비극은 항상 현재의 문을 두드려 왔고, 죽은 자들의 억울한 외침은 우리의 일상 곳곳을 조용히 진동해 왔다.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그 목소리들을 듣지 못한 것은 산 자들이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