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빛 따라 물 따라 - 인제 소양강둘레길

  • 2025.06.13 10:47
  • 23시간전
  • KBS

백두대간 깊은 품 안에 자리한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맑은 공기와 푸른 숲 그리고 너른 물줄기를 간직한 자연의 고장이다. 이곳 인제의 생명줄처럼 흐르며 사계절 내내 사람들에게 쉼과 위로를 건네는 소양강. 이 강을 따라 조성된 ‘소양강둘레길’은 인제의 자연과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 길이다. 강물이 흐르듯 천천히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길, 인제 소양강둘레길로 야생화 자수 작가 김종희, 상담 전문가 김민정, 도예가 허민 씨가 여정을 떠난다.

먼저 향한 곳은 방태산 자락에 자리한 방동계곡이다. 5월 말인데도 울창한 숲 공기는 싸늘할 만큼 쉼 없이 흘러내리는 청량한 계곡 물소리는 백색소음처럼 마음을 안정시킨다. 각각 10m, 3m 높이에서 이단으로 돼 있는 이단폭포 앞에 서자 시원한 물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마치 물줄기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듯한 역동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대한 자연림에서 흘러내린 물길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흐르며 내린천을 지나 소양강과 만난다.

방태산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모여 흐르는 소양강을 둘러볼 수 있는 소양강둘레길. 일행은 살구미공원을 들머리로 소양강둘레길 1코스의 여정을 시작한다. 강물 위로 부서지는 윤슬이 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이고 그 빛을 따라 발걸음도 부드럽게 흐른다. 소양강둘레길은 인제군이 2011년 조성한 세 개의 코스로 옛이야기들이 깃든 고즈넉한 길이다. 붉은병꽃나무와 염주괴불주머니 같은 야생화들이 길가를 수놓는다. 꽃들을 지나며 이 길에서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기대해 본다.

오솔길이 이어지고 그 옆으로는 강물이 조용히 흘러간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평화롭지만, 이 길을 오르내리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소양강 주변의 마을 사람들은 병원에 가거나 생필품을 사러 나갈 때 봄부터 가을까지는 뱃길을 이용해야 했고 겨울에 강이 얼어붙었을 때를 기다려 물건을 나르기도 했다. 이 길을 따라 살았던 사람들의 삶처럼 둘레길도 생각만큼 평탄하지 않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따라 소양강둘레길 1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칠공주터를 향해 올라선다.

다리가 무거워질수록 길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6·25 전쟁 당시 일곱 딸과 함께 피란 온 부부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칠공주터’를 지나 일행은 다시 강가 가까이로 내려선다. 전설 속 용이 바위 위에서 울다 떠난 뒤 생긴 소(沼)라 해서 이름 붙여진 용소에 도착한다. 오래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잔잔한 물결을 내려다보니 마음에 싱그러운 푸른빛이 가득 차오른다. 자연과 사람, 삶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소양강둘레길을 과 함께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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