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가수 이적, 산골의 힐링 디제잉 ‘당신의 신청곡’ 내레이션 참여

  • 2025.06.13 10:45
  • 23시간전
  • KBS

강원도 삼척시, 동작골이라 불리는 깊은 산골짜기. 그곳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음악다방이 있다.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옛날 음반부터 눈길을 이끄는 희귀 음반까지, 만 오천여 장의 엘피판으로 벽면을 빼곡히 채웠다. DJ가 중학교 때부터 전선 토막을 주워가며 번 돈으로 모으기 시작한 보물들이다. 다방 앞 정원에는 철철이 야생화가 피어나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고요한 곳, 이 공간의 주인은 바로, 김상아, 김민서 씨 부부다.

터치 한 번으로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모든 것이 아날로그인 곳. 신청곡을 적어 DJ에게 건네면, 먼지를 털고 나온 엘피판에서 음악이 흐른다. 신청곡이 없어도 괜찮다. 한 사람의 얼굴만 봐도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단번에 보인다는 베테랑 DJ 상아 씨가 팝에서 가요, 트로트까지, 즉석에서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음악을 선물한다. 동작골 산골다방에서,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디제잉이 시작된다.

이 깊은 산골엔 대체 어떤 손님들이 찾아올까? 손을 꼭 잡고 음악다방을 방문한 나이 지긋한 부부. 알츠하이머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는 DJ가 틀어주는 옛 노래에 맞춰 가사를 또박또박 따라 부른다.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남편이 신청한 노래는 유심초의 '사랑하는 그대에게'. 멀어지는 기억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선명하다.

남편이 불러주던 조영남의 '딜라일라'가 흘러나오면, 길가에서도 주저앉아 노래를 들었다는 이웃집 아주머니. DJ가 틀어주는 노래를 들으며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한다.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음악밖에 없어.” 아주머니 곁에 늘 머무는 음악은, 긴 그리움 속에서도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준다.

같은 노래라도 다른 사연이 얹어지면, 전혀 다른 의미의 노래가 된다. 사연과 음악이 어우러져 흐르는 산골다방. 그래서일까? 이곳엔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위로가 필요한,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상처 있는 사람이 상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민서 씨 역시, 마음 한 곳에 큰 상처가 있다. 7년 전, 민서 씨는 열아홉밖에 되지 않은 둘째 딸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 후, 동작골에 벚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민서 씨 부부는 그 나무 곁에서 살기로 했다. 화려한 꽃 대신 질긴 생명력을 지닌 야생화를 심고, 정원을 일궈 나갔다. 해마다 꽃이 피면, 피워줘 고맙고, 꽃이 지면, 지는 대로 모든 것이 고맙다는 민서 씨. 살아있는 것만으로 대견한 생명들로 가득한 딸의 정원은 이제, 음악다방을 찾는 손님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아침부터 산골다방이 북적인다. 동작골에서 해마다 열리는 산골 음악회 날이다.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을 초대해, 정원에서 펼쳐지는 야외 엘피 음악회로, 올해로 벌써 네 번째다. 마을 잔칫날처럼 함께 연잎밥을 만들고, 꽃 피는 정원 곳곳엔 객석이 마련된다.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한 남편의 쑥스러운 사랑 고백부터,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향한 딸의 그리움까지. 오늘만을 기다려온 손님들의 울고 웃는 사연들이 이어지고, 신청곡을 들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그리고 며칠 뒤, 부부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 음악회에 함께하지 못한 한 손님이 보내온 진심이 두 사람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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