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속깊다 – 창원특례시 마산합포구

  • 2025.12.19 08:49
  • 1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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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바다, 전통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 창원특례시 마산합포구. 새벽을 깨우는 바쁜 이들의 발걸음 속에서도, 깊은 바다만큼이나 진득한 삶의 애정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땀과 온기가 만들어낸 복작복작한 시장의 활력은 마산합포구의 가장 빛나는 얼굴이다. 찬 바람이 불 때면 꼭 찾게 된다는 맛과 정겨움이 골목마다 옛 기억을 담은 채 남아있다. 천하장사 이만기의 학창 시절 추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 마산합포구에서 350번째 여정을 떠나본다.

1898년 개항된 이래 경남 지역의 주요 무역 거점이었던 마산항. 1970년 수출자유지역이 설치되며 이제는 국제 교역과 해양 물류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무학산과 팔룡산이 둘러싼 리아스식 해안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볼거리뿐만 아니라 바다가 내어주는 맛볼 거리에 수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우연히 만난 동네지기의 고향 후배 이용진(59) 씨와 함께 마산항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본다.

고요한 호수처럼 보이는 창원의 바다는 굴곡이 많은 해안선이 만들어낸 귀한 선물이다. 잔잔한 파도는 굴 양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창원 바다가 길러낸 굴은 지금이 제철이다. 매일 새벽 6시, 최규은(45) 씨는 아버지 최채환(78) 씨가 그래왔듯, 바다로 나가 굴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한 굴을 가게로 가져오면, 어머니 신옥순(71) 씨와 함께 굴 손질에 나선다. 지금의 가게는 어머니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바로 그 자리다. 규은 씨의 부지런함은 매일 바다로 나섰던 아버지와 꿋꿋하게 한자리에서 굴을 손질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부모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었던 규은 씨의 마음이 그를 다시 고향인 반동으로 돌아오게 했다. 3대가 이어온 굴의 깊은 맛과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산, 진해, 거제도 일대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집결지, 마산어시장. 시장 골목골목은 짭조름한 향기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복작인다. 시장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곳의 명물을 만나볼 수 있다는데. 화선지 앞에 선 이청초(63) 씨다. 고향은 경상북도 봉화이지만, 유독 따스한 마산 날씨에 이끌려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거침없는 붓질에 어시장 상인의 모습이 화선지 위에서 되살아난다. 마산어시장 상인들을 보며 활기를 되찾았다는 화가의 그림은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덥힌다.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을 떠났던 두 청년이 다시 마산에서 뭉쳤다. ‘마산다운’ 굿즈를 만드는 박승규(35) 씨와 손창만(35) 씨다. 중학교 동창으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은 각자 서울과 영국, 부산과 홍콩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마산으로 돌아왔다. ‘마산’의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마산’을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도쿄, 뉴욕도 되는데, 마산은 왜 안돼?” 농담처럼 나눴던 이야기들은 이제 마산이라는 도시 전체를 담아내는 굿즈가 됐다. 이들의 노력은 창업 3년 만에 입소문을 타고 2024년 창원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3위에 오를 만큼 마산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마산의 옛 모습을 간직한 거리에서 마산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는 두 청춘을 만난다.

찬 바람이 불면 붕어빵보다 먼저 생각난다는 창원의 겨울 대표 간식이 있다. 바로 콩국이다. 따끈한 콩 국물과 함께 푹 적신 찹쌀도넛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추위를 싹 가시게 한단다. 어릴 적 그 맛을 잊지 못한 박미영(62), 이한근(70) 씨 부부는 16년째 콩국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본래 노점에서 콩국을 팔던 어르신이 운영하던 시간까지 합하면 벌써 51년째다. 당시 단골손님이었던 미영 씨에게 콩국은 힘들었던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었다. 어느덧 시장 골목 곳곳에 있었던 가게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이제는 창동 골목에 자리한 미영 씨의 가게만 남아 있다. 매일 찾아오는 단골손님들과 함께 ‘단짠’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미영 씨. 따뜻한 콩국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본다.

길이 170m, 폭 3m 규모의 철제 교량이었던 저도연륙교는 2004년 신교량이 설치되면서 보행 전용 교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콰이강의 다리’라는 이름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동명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따왔다. 바닥에 깔린 강화유리 너머로 보이는 13.5m 아래의 바다는 다리를 걷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 일몰 명소로도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를 함께 걸어본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흥겨운 ‘오동동타령’ 속 바로 그 오동동 골목 한편에 자리한 통술집이 있다. 김신기(82) 씨가 네 자녀의 어머니이자 가장으로서 시작했던 가게는 어느새 45년의 역사를 자랑하게 됐다. 통술집의 가장 큰 자랑은 끝도 없이 나오는 반찬의 향연이다. 새콤하게 무쳐낸 나물부터 매콤한 맛에 입맛이 당기는 양념게장, 각종 생선구이와 신선한 해산물까지 그야말로 상다리 휘어지는 한 상이 차려진다. 어머니를 돕기 위해 딸 배은승(55) 씨도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누구보다도 굳세고 강한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가고 싶다는 딸. 깊어 가는 오동동 거리의 밤을 밝히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바다를 닮아 서로의 깊은 마음을 건네는 이들이 모여 사는 동네. 추운 바람도 이겨낼 따스함을 간직한 이들의 이야기는 12월 2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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