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1000번째 질문으로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깊은 성찰을 던진다.
우리는 오래 사는 법을 끊임없이 배워왔다.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고,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왔다. 그러나 정작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고 싶은지, 병과 노화 속에서도 무엇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지는 얼마나 이야기해 왔을까.
오래 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시대. 우리는 어떻게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조명한다. KBS 1TV 은 1,000회를 맞아 1부 ‘살아있는 동안, 죽음 공부’와 2부 ‘살아있는 동안, 질병 탈출’을 통해 우리가 모두 마주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죽음은 우리가 상상해 온 모습과 다르다. 마지막 말을 남길 시간도, 가족이 마음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많은 삶의 마지막을 지켜봐 온 신경외과 박광우 교수는 그래서 '죽음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누구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삶의 마지막, 죽음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 살펴본다.
초고령사회를 앞서 경험한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는 매년 죽음을 주제로 한 축제 '데스페스'가 열린다. 자신의 임종과 장례식을 미리 체험하는 VR부터, 죽음을 유쾌하게 풀어낸 코너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죽음을 금기시하는 대신 터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일본 사회를 만난다.
영국에서는 노부부들이 나들이하듯 '데스카페'를 찾는다. 차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연명의료와 장례, 남겨질 가족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대화 모임이다. 매년 5월 '죽음 인식 주간'이면 영국 전역에서 수백 개의 행사가 열려 함께 죽음을 이야기한다. 죽음을 알고, 말하고, 준비하는 힘을 키우는 사람들을 통해 세계가 지금 ‘죽음 공부’에 주목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평생 살아온 집에서 순리대로 떠나는 '죽을 복'을 바랐던 신문자 씨의 어머니. 사전연명의료의향서까지 작성했지만, 여든 살에 찾아온 파킨슨병과 췌장암 앞에서 가족들은 치료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대학병원을 거치는 동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환자가 원하는 마지막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는 의료 현장으로 서울대 재택의료팀을 따라간다. 입원 치료가 끝났다고 의료의 역할까지 끝나는 건 아니다. 임종이 가까워질 때 나타나는 신체 변화부터, 집에서 마지막을 맞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재택 임종 비율이 높은 일본 교토 북부 요사노의 사례를 살펴본다. 의사는 진료를 마친 뒤 환자와 가족을 한자리에 모아 '인생회의'를 시작한다. "연명치료를 원하시나요?", "마지막은 어디에서 보내고 싶으신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건강할 때부터 나누는 이 대화(ACP)는, 환자가 원하는 마지막을 지킬 가능성을 높이고 가족의 후회와 불안도 줄여준다.
그밖에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제도화해 온 대만의 단식 존엄사 사례로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또한 죽음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는 일본의 정신종양학 진료실에서 말기 암 환자와 사별 유족을 만나 오늘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준비인 ‘죽음 공부’를 소개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질병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2부에서는 세계 백세인 연구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을 따라간다. 암과 치매, 심혈관질환 없이 백 세를 넘긴 사람들, 연구자들은 이들을 '이스케이퍼(질병을 피해 간 사람)'라 부른다. 이들은 무엇이 다른지 분석한다.
103세에도 매일 라멘을 만들고 손님을 맞는 일본의 후쿠 씨. 그는 아직 혼자 병원을 다니고, 매일 몸을 움직이며 일한다. 게이오대학교 연구진은 후쿠 씨를 대표적인 '이스케이퍼'로 꼽는다. 백세를 넘어도 인지·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이들의 몸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본다. 110세를 넘은 ‘초백세인’의 생물학적 나이를 분석하고, 한국 백세인의 일상을 통해 그 비밀을 밝혀본다.
미국의 장수 연구 권위자 토마스 펄스 교수는 백세인을 '이스케이퍼', '딜레이어', '서바이버'로 나눈다. 이는 85세 이후 질병에 걸린 사람과, 그 이전 병을 겪고도 생활 습관과 환경으로 건강한 시간을 늘려온 사람들이다.
12년 전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했던 장기원 씨를 다시 만난다. 그는 90대에 대장암 수술을 이겨내고 지금껏 야구장에서 공을 던지는 96세의 '딜레이어'가 됐다. 그는 마지막까지 삶의 주도권을 지키며 살아간다. 일본에는 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이어가도록 돕는 병원인 일명 ‘집으로 가요 병원’이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의 목표는 이제 '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자립해 살 수 있는 삶'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6월, 한국 고창에서 열린 세계 장수학회에서는 백세인 연구의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었다. 몇 살까지 사느냐가 아니라, 병이 있어도 얼마나 주체적으로 마지막까지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전남 지역 백세인을 추적해 온 전남대 백세인 연구단은 뜻밖에도, 의료 기반이 좋은 도시보다 농촌에 사는 백세인들에게서 뚜렷한 건강 비결이 발견했다.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신체적 활동만이 아니다. 10년 넘게 함께 한국무용을 배우며, 매주 함께 밥을 먹고, 끈끈한 관계가 된 제천의 어르신들을 만난다. 80대 중반의 어르신들과 노쇠 평가를 받아봤다. 우울증, 신장암 같은 병력에도 신체 나이는 20살 가깝게 젊게 나왔으며, 노쇠 지수도 훌륭했다. 건강은 질병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신체, 정서, 관계까지 모든 요소가 골고루 갖춰져야 건강할 수 있다. 최근엔 가정과 이웃, 공동체로 이어지는 '사회적 세계'의 의학적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연결이 많이 쌓인 사람일수록 전신 염증 수치는 낮고, 생물학적 노화 속도는 더 느렸다. 사람과의 연결은, 몸속까지 건강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치료였다.
어쩌면 진정한 질병 탈출이란 병이 전혀 없는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질병이 있어도 스스로 일상을 꾸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천 번의 질문 끝에 이 다시 묻는다. 당신은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살고 싶은가.
오래 사는 법을 넘어 끝까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2026년 7월 15일과 22일 수요일 밤 10시 KBS 1TV 1000회 특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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