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토리] 회장님 법정에 세운 제빵기사들

  • 2024.08.19 10:47
  • 3시간전
  • SBS
사진 1 강압적으로 작성된 노조 탈퇴서. 사진2 노조 탄압 진행 현황을 보고하는 관리자 단체 대화방

7년간 파리바게뜨에서 제빵기사로 근무한 김미진(가명) 씨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반복된 진급 누락과 지속적인 노조 탈퇴 압박에 시달리다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3년 전 퇴사한 오주희(가명) 씨도 노조 탄압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취재진이 만난 제빵기사들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진급과 매장 배치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증언하며, 이는 회사의 조직적인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한때 700명대였던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수는 현재 200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한편, 취재진은 사측의 끈질긴 압박으로 노조를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제빵기사 이윤아(가명) 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이 씨는 압박에 시달리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탈퇴서를 쓴 이후, 미뤄졌던 승진도 바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했지만,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급여와 복지 등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7년 전, 임 지회장이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를 세상에 알리면서 회사와의 질긴 싸움이 시작됐다. 이때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설립됐다. 당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제빵기사 5,300여 명의 불법파견이 인정됐고 SPC그룹에는 직접고용 시정지시가 내려졌다. 하지만 회사는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인 PB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기사를 채용하고 3년 안에 급여와 복리후생을 본사 수준으로 맞춘다고 약속하며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이 합의를 통해 회사는 불법파견에 따른 과태료 162억 원을 면제받는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로 한 2021년이 다가오면서 노조가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자 사측이 본격적으로 노조 와해 공작에 나섰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며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노조원 모두 가족이라며 비난을 피해 갔다.

노동자가 대기업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의 결정적 내부고발로 수사에 진척이 있었고, 올해 4월 SPC 허영인 회장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제빵기사들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싸운 지 7년 만의 성과였다. 조합원들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당연한 게 당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주 <뉴스토리>는 거대 기업 SPC 회장을 법정에 세운 제빵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소수 노조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는 현재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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