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죽음의 바당 1부 ‘숨'

  • 2024.09.10 10:39
  • 6시간전
  • KBS

2021년 7월.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에서 버려진 그물에 걸린 바다거북 한 마리가 발견됐다. 등껍질 곳곳이 상처투성이에 왼쪽 앞다리는 폐어구에 칭칭 감겨 절단된 상태. 확인 결과 국제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이었다.

제주 유일의 해양 동물 구조·전문 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 홍원희 수의사는 아직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수술로 목숨은 건졌지만, 앞다리 하나를 잃은 붉은바다거북 한담이. 3년 넘게 치료받으며 건강한 상태로 바다로 나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얼마 전 해양수산부 해양동물보호위원회에서 방류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 발로는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에서다. 

전 세계 수천km를 헤엄치며 광활한 바다를 누비는 바다거북. 하지만 이제 한담이의 바다는 없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제주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은 116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가 넘는 27마리의 몸에 폐어구가 달려있었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보기에 거북 한두 마리가 죽은 것 가지고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하지만, 바다의 지표종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위험한 신호를 알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모르는 거죠. 환경적으로, 어장학적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을."

제주에서 20년 넘게 바다거북과 돌고래를 연구해 온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김병엽 교수는 경고한다. 바닷속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물과 낚싯줄 등 폐어구에 걸려 목숨을 잃을뻔한 새끼 남방큰돌고래, 낚싯바늘을 삼켜 폐사한 새끼 바다거북과 야생조류, 해양생물의 서식처인 연산호 군락에 대한 위협까지. 취재진은 보이지 않는 바닷속 죽음들을 탐사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바닷속 흉기 폐어구가 인간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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