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의 한 재래시장, 그 옆의 작은 병원.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부터 병원의 문을 여는 건 다름 아닌 환자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침대에 불을 넣고, 온풍기도 켜고, 찜질팩도 정리한다. 게다가 오래된 환자, 애순 할머님(78)은 병원 직원들 먹으라고 손수 아침까지 차려주신다.
이 병원의 원장 정해영 씨(54)와 병원 직원들은 왜 이렇게 환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걸까? 환자들은 동짓날이 되면 병원으로 팥죽을 나르고, 김장철엔 갓 김장한 김치를 수레에 싣고 온다. 어느 날은, 나물을 팔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도 있다. 그런 해영 씨의 병원에 새해 들어 기쁜 소식이 하나 있다. 병원의 최고령 환자 손양림 할머님(100)께서 백 세를 맞으셨다. 해영 씨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환자들과 백 세 기념 백설기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원장 해영 씨는 오는 환자들을 ‘엄마, 아버지, 이모, 삼촌’으로 부른다. 가운도 벗고, 반말도 섞어가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료를 보니, 환자들이 더 쉽게 마음을 열어준다는데. 한 번에 서너 명을 진료하면서도 환자의 말에 대답을 놓치지 않는다.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들어주기만 해도 병의 반은 치료된다는 해영 씨. 직원들에겐 항상 ‘따뜻한 말 한마디와 정 한 조각’을 강조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병원에 진심이 된 건 9년 전, 위암을 진단받고 생사가 오갈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라는데...
수술대에 오르며 든 생각은 ‘내가 이 세상에 왔다 가는 이유가 뭘까?’였다. 그리고 스스로 대답했다. “내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그렇게 해영 씨는 수술한 지 일주일 만에 병원으로 돌아갔다.
“물건도, 사람도, 중고만 좋아한다”는 해영 씨에겐 오래된 직원들이 있다. 재중 씨(51)와 영희 씨(40)는 마치 제 병원인 것처럼 해영 씨와 함께 병원을 꾸려가고 있다. 그들의 병원 사랑은 해영 씨 못지않다.
재중 씨는 장비를 만질 때 반복되는 마찰 때문에, 왼손에 혹처럼 큰 굳은살이 생겼을 정도다. 부모님을 따라 화순으로 귀촌한 영희 씨는 매일 한 시간 반을 달려 병원에 출근한다. ‘오늘은 어떤 환자가 반겨줄까?’라며 오히려 출근길이 ‘소풍 가는 날’인 것 같이 느껴진단다. 그리고 얼마 전 합류한 데스크 직원 김 설 씨(35)까지. 매일 점심이면 병원 주방에서 환자들이 가져온 반찬으로 밥을 지어 먹는, 이들은 어엿한 한 식구다.
‘3분 진료’가 대세처럼 된 진료 현실에서 보자면, 분명 해영 씨의 내과 병원은 조금 이상한 곳이다. 어젯밤 꿨던 꿈 얘기를 늘어놓는 할머니 환자부터, 대놓고 엄살 부리는 환자까지. 진료실을 놀이터나, 사랑방으로 여기고 드나드는 이들에게 이곳은, 아프지 않아도 가고 싶은 특별한 곳이라는데... 커피 한 잔 마시고, 아무 때나 놀러 갈 수 있는 병원. 전남 영광의 조금 ‘이상한’ 진료실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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