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사막과 붉은 바위 협곡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는 미국 서부. 아득한 시간 동안 바람과 물이 조각한 지형 위로 원주민의 삶과 신화가 더해지며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룬 특별한 매력을 지닌다. 그중에서도 애리조나주의 세도나와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은 신비로운 에너지와 기묘한 바위 조각들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붉은 대지 위에 새겨진 자연의 작품을 따라 세도나,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배우 이수련, 세계 100대 명산 탐험가 박춘기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먼저 향한 곳은 황량한 대지 위에 붉은 바위들이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작은 도시, 세도나. 계절은 봄이지만 흩날리는 눈보라를 뚫고 달리다 보니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 같은 소박한 풍경의 도심으로 들어선다. 이어 걸음은 도시 외곽에 솟아오른 ‘벨 록’이라 불리는 종 모양의 바위 전망대로 향한다. 세도나 주변의 붉은 바위 지대는 원주민들에겐 영적인 성지였고 현대에 와서는 ‘볼텍스(Vortex)’라 불리는 강력한 에너지가 나오는 신비로운 여행지로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극적인 풍경은 그 기묘한 기운을 한층 더 깊게 느끼게 한다.
길은 곧 유타주의 작은 도시 모아브로 이어진다. 우라늄 광산이 개발되면서 이름을 알린 이곳은 최근 드넓은 자연과 다양한 풍광으로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 아치스 국립공원의 입구에 다다르면 거대한 붉은 바위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뾰족하게 솟은 암석들과 바람에 깎인 사암 아치들은 마치 다른 행성에 내려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멀리 보이는 은빛 설산과 붉은 땅의 조화는 눈부신 장관을 이룬다.
약 3억 년 전, 바다였던 땅이 솟아오르고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고원을 이뤘고 이후 1억 년 가까운 시간 동안 풍화와 침식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게 빚어진 2,000여 개의 아치가 공원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마치 사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중에서도 높이 14m의 ‘델리케이트 아치’는 아찔한 절벽 가장자리에 홀로 서 있 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 주자가 지나갔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위태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풍광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사암 아치들. 세계에서 가장 긴 아치로 알려진 ‘랜드스케이프 아치’로 걸음을 옮긴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얇고 긴 아치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하지만, 그 자태는 오히려 더 고요하고 장엄하다. 지구의 오랜 시간과 사막의 다양한 얼굴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길. 붉은 대지 위로 물과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 미국 캐니언의 이색적인 풍경을 “영상앨범 산”과 함께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