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를 뜻하는 ‘블루칼라(Blue Collar)’.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일간지에서 처음 블루칼라가 등장한 지 100년이 흐른 2025년, 대한민국의 직업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의 이른바 ‘3D 업종’으로 분류되며 단순노동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블루칼라가 이제는 전문 기술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블루칼라(Blue Collar)’는 고학력·고임금의 사무직을 뜻하는 ‘화이트칼라(White Collar)’와 대비해,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기능직을 구분하는 말이었다. 이후 산업화와 함께 ‘블루칼라’는 오랫동안 위험하고 힘든 일을 대표하는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고령화, 학력 인플레이션, 인공 지능의 확산 등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블루칼라의 가치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블루칼라가 더 이상 단순한 직업 구분이 아닌,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기술인이자, 미래를 지탱하는 숙련 인력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몸 쓰는 일에 뛰어든 청년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 블루칼라 직종을 단순한 생계형 노동이 아닌 전문 기술로 인식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 출신의 이창현 씨는 운동을 그만둔 뒤 7년째 청소 업체를 운영 중이다. 좋은 학벌이나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던 이창현 씨에게 몸 쓰는 일은 새로운 기회였다. 이창현 씨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대신하며 본인의 직업에 대한 가치를 몸소 느끼고 있다.
2001년생, 3년 차 도배공 이우진 씨는 대학을 중퇴하고 도배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느낀 회의감 대신,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몸 쓰는 일을 배우려는 청년층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현장 기술직의 가치와 재미를 발견한 것이다.
인공 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 혁신이 직업 세계 전반을 뒤흔드는 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건물의 외벽을 장식하는 기술자, 미장공 이태현(37년 차) 씨는 최근 일하며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마주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손끝 기술로 단련된 고숙련자인 이태현 씨는 본인의 직업이 대체될 수 없다는 확신이 있다. 자동화·인공 지능 기술이 자재 계산은 대신 할지라도, 본인 손끝의 감각과 직감적인 판단은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공 지능에 의한 직무 대체 위험도를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 지능에 의해 업무가 대체될 위험도가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정교한 손기술 등 인간의 육체적 활동을 통해 업무를 해야 하는 블루칼라 직종은 AI(인공 지능)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배우 출신으로 5년째 석재 시공일을 하는 고윤후 씨는 본인의 벌이에 만족하지만, 자신의 일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직종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익 뒤에는 늘 근무 환경에서의 변수와 위험이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
제조, 건설, 청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현장 기술직 블루칼라들. 오랜 세월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숙련인들과 대한민국 산업 최전선을 지키는 기술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현시대의 블루칼라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본다.
다큐 인사이트 는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