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마지막 선택,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 2025.11.28 15:04
  • 52분전
  • KBS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시술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적 한계와 복잡한 현실 탓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의료진·환자·보호자 사이의 오해와 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1433회 ‘마지막 선택,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편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의 갈림길에 선 ‘암 병동’의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연명의료 중단 이후 선택할 수 있는 호스피스, 요양병원 등 다양한 돌봄 체계를 짚어본다. 그리고 말기 돌봄에 대한 전향적 논의가 부재한 현실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지향하는 ‘존엄한 죽음’이 결코 쉽게 실현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2023년 전체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중단한 이들은 약 12%에 불과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연명의료는 좀처럼 중단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기를 ‘임종과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임종과정’에 대한 진단은 쉽지 않다. 중증치매, 루게릭병, 파킨슨병처럼 사실상 회복이 쉽지 않지만, 여명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엄격한 법 규정 때문에 뇌출혈 등으로 식물 상태가 된 환자 역시 임종과정이 되기 전까지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경우 임종과정의 판단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하지만, 임종과정에 이른 환자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이미 상실한 경우가 많다. 결국 연명의료결정법의 엄격한 규정이 오히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 환자도, 가족도, 의사도 어렵다.

제작진은 실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기 위해 한 대학병원 암 병동을 찾았다. 제작진은 그곳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으로부터 연명의료 중단을 둘러싼 저마다의 현실적인 고민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환자들은 나이가 젊을수록, 또 치료에 대한 의지가 강할수록 연명의료 중단을 치료 행위의 완전한 포기로 받아들이고 절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진은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과 ‘환자의 존엄한 마무리’ 사이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환자가 판단 능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연명의료 중단이 가족에 의해 결정되곤 했다. 하지만 가족의 결정은 연명의료결정법이 추구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에 반할 뿐 아니라,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가족에게 강요함으로써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제작진이 만난 환자와 가족들이 연명의료를 중단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연명의료 중단 이후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국내 ‘빅5’ 병원 중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곳이 단 한 곳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호스피스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호스피스에 입원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운이 좋은’ 소수의 말기 암 환자만이 호스피스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많은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후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돌봄은 가족들의 헌신적인 희생으로만 가능했고, 통증 관리와 사망 확인 등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었다. 결국 집과 호스피스에 머물지 못하는 환자들은 결박과 콧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내몰리듯 요양시설로 향해야만 했다.

제작진이 만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말기 돌봄에 대한 고민 없는 연명의료 중단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1433회 ‘마지막 선택,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편은 11월 28일(금)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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