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제철 맞은 농어부터 여름 돌게까지, 태양의 기운을 삼키는 여름 보양식 총출동!

  • 2026.07.01 09:17
  • 1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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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속에 숨은 여름나기의 지혜 태양의 기운을 그대로 삼키는 해를 품은 여름 보양 밥상을 만난다.

6월 하지를 지나서 7월로 들어서는 지금, 태양의 기운이 한 해 중 가장 강한 때다. 밭의 작물과 바다의 물고기, 해를 품은 산천의 생명들이 그 기운을 온몸에 채워 넣는 시기. 농사일은 손을 재촉하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 이맘때에 몸이 가장 먼저 찾는 건 다름 아닌 '힘이 나는 보양 한 끼'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옛 속담 한마디에는 이 계절을 슬기롭게 사는 법이 새겨져 있다. ‘7월에는 보기만 해도 보약’이라는 단단하게 살이 오른 농어 한 마리와 ‘일해백리(一害百利), 인삼보다 낫다’라는 말에 맞게 알이 차오른 햇마늘 한 톨, ‘열두 가지 반찬을 만든다’라던 뜨거운 볕으로 영근 소금 한 줌까지. 이번 주 은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속담을 따라 한여름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본다.

겨울 산란을 마친 농어는 봄부터 여름 내내 햇볕을 머금은 먹이를 찾아 먹으며 살을 찌운다. 7월에 이르면 농어의 살이 차오르고 윤기가 도는 때라는데, 이때 갓 잡은 농어를 선상에서 바로 뜬 농어회에 싱싱한 제철 채소를 넣고 버무려 먹는 '농어물회'는 풍요의 바다가 내어주는 별미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의 바다에서 나고 자란 젊은 어부 김진태 씨(43)는 아내 지선아 씨(41)와 14년 전 부부가 되어 이 바다에 자리 잡았다. 귀어한 딸이 고생할까 걱정돼 손주들을 돌보려 무창포로 내려온 김진태 씨의 장모, 이금년 씨(63)는 딸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농어맑은탕’을 끓여냈다.

제철 농어의 뼈를 푹 고아 낸 국물에 무와 미역을 듬뿍 넣어 깊이를 더하면, 뽀얗게 우러나온 국물 맛이 서해안을 대표하는 여름 보양식으로 불릴 만하다. 온 가족이 기대어 사는 무창포 바다가 선사하는 여름을 가득 느낄 수 있다.

마늘은 예로부터 강한 냄새 하나만 흠이고 나머지는 죄다 이롭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라 불리며, 그 효능이 인삼보다 낫다고 할 정도다. 이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캐내야 하는 서산의 육쪽마늘은 겨우내 긴 추위를 이겨내려 깊이 내린 뿌리 덕에 수확이 어려운 작물이지만, 그만큼 땅의 기운을 가득 채운 알찬 결실이다.

이곳 서산이 고향인 조인애 씨(72)의 손에서는 이때만 먹을 수 있는 햇마늘 요리들이 펼쳐진다. 갓 캐낸 햇마늘을 듬뿍 올린 '마늘닭구이‘는 매콤달콤한 맛으로 여름 입맛을 돋우고, 본래 겨울 음식인 게국지에 여름 돌게(민꽃게)와 민물새우, 늙은 호박 대신 단호박을 넣고, 마늘로 양념하면 싱그러운 '여름게국지'가 완성된다.

딱 부부가 먹을 만큼만 마늘 농사를 지으며 소소한 행복으로 노년의 삶을 채워가는 조인애 씨(72)와 양주훈 씨(74) 부부는 여섯 쪽이 서로 기대어 자라는 마늘처럼 마주 앉아 밥 한 끼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한다. 아린 맛의 청춘을 지나고, 은은한 단맛으로 살고 있는 이 부부의 노년은 마늘과 닮아있다.

볕이 가장 강한 이 계절, 그 뜨거운 해를 고스란히 품어야 비로소 좋은 소금이 빚어진다는데,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에는 47년째 소금밭을 일궈온 소금 농부가 있다. 그가 보물로 여기는 소금 중에서도 ‘황토소금’은 태안의 해송 솔가지와 해독 능력이 뛰어난 황토를 개서 만든 지장수로 영글게 한 귀한 소금이다.

소금 농부가 천직이라며 매일 새벽같이 염전으로 나가는 정갑훈 씨(79). 그 곁에서 소태 같은 세월을 함께한 아내, 박명희 씨(79)는 일 욕심 많은 남편 덕에 소금보다도 짠 세월을 보냈다는데, 그를 위로하는 건 소금으로 만든 반찬들이다.

배고프던 시절, 적은 양으로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짠 반찬으로 최고였다는 ‘소금게장’. 일주일간 소금물에 절인 꽃게와 더불어 내놓는 보리밥의 궁합이 천생연분이다. 소금 땀을 흘리던 그 시절, 부부를 위로하던 보양식 ‘박속낙지탕’은 갓 잡은 낙지를 박속과 함께 넣고 오로지 소금으로만 간을 해 끓여낸다. 칼칼하고 시원한 ‘박속낙지탕’의 국물 한 입이면, 소금꽃이 가득 피었던 소금 농부의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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