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 2026.08.21 11:48
  • 1시간전
  • KBS

인천항에서 뱃길로 약 4시간. 동네 한 바퀴 역사상 최초로 닿은 서해 5도 중 최북단 섬 백령도. 2부에서는 백령도의 이웃 섬인 대청도에도 찾아가 383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백령도는 고전소설 ‘심청전’의 배경 무대로 전해진다. 심청의 지극한 효심을 기리기 위해 백령도 진촌리 북산 정상에 세워진 심청각은 백령도와 지척에 마주한 북한 땅과 앞바다를 조망하는 동시에, 심청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효심과 역사가 깃든 백령도의 이색 관광 명소, 심청각에 올라 아름다운 백령도의 자연경관을 한눈에 담는다.

심청의 발자취를 따라 도착한 한 카페의 안으로 들어가면 상상도 못 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백령도에만 자생하는 토종 연 ‘심청연’을 비롯해 18종의 연을 감상할 수 있는 연꽃마을이다. 백령도에 정착한 지 올해로 40년, 김진일(70)·임정혜(67) 부부가 땀방울 흘려 가꾼 곳이다. 고전소설 ‘심청전’에서 영감받아 넓은 땅을 연밭으로 일구고, 함께 백령도에 들어온 딸의 아이디어로 연잎젤라토를 만들어 판매하며 이색 명소로 거듭났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캐는 여름 굴은, 크기는 손톱만큼 작지만 달큰하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 백령도 할머니들이 용돈벌이 삼아 캔 백령도 자연산 굴을 넣어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굴메밀칼국수 식당을 찾았다. 할머니의 방식 그대로 백령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명철(46)·이영주(45) 부부. 여전히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백령도에서 깊고 시원한 맛을 이어가고 있는 명철 씨 부부의 칼국수를 맛본다.

매년 봄이면 백령도 앞바다에는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이다. 겨울철, 중국에서 새끼를 낳고 3월부터 11월까지 백령도에 와 무리 지어 생활한다. 점박이물범의 대표 집단 서식지로 알려진 하늬해변에는 썰물 때가 되어 물이 빠지면 바위 위로 올라와 일광욕을 즐기는 점박이물범을 망원경 너머로 관찰할 수 있다. 동네 지기도 점박이물범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백령도가 지닌 경이로운 생명의 힘을 몸소 경험한다.

서해 5도 중 한 섬으로, 백령도에서 뱃길로 3,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대청도로 향한다. 백령도가 농업에 종사하는 도민이 많다면, 대청도는 도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는 게 특징이다. 설렘 가득 안고서 백령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대청도의 여정을 시작한다.

대청도 앞바다와 마주한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이 약 1.6km, 폭 600m로 바람이 바닷가의 모래를 육지로 실어 나르며 형성된 옥죽동 해안사구다.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했던 대청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사구 일대에 나무를 심었다. 그 덕에 바람 타고 휩쓸려 내려오던 모래는 사라지고 방풍림과 사구가 한데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이 탄생했다. ‘한국의 사하라사막’으로 불리며 대청도 필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옥죽동 해안사구 한가운데서 우연히 만난 대청면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대청 야~호!”라며 힘차게 외쳐 본다.

우리나라 홍어 생산량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청도. 전라도식 삭힌 홍어와 달리, 대청도 홍어는 잡은 즉시 회로 떠 이색적인 맛을 선사한다. 특히 사람의 애간장을 태울 만큼 맛있다는 홍어애회는 별미 중 별미다. 어머니 뒤를 이어 45년 넘게 고향 대청도에서 생홍어 식당을 운영하는 남편 서응택(64) 씨와 아내 정지영(60) 씨를 만났다. 금실 좋은 부부의 진한 사랑이 담뿍 배어 더 녹진한 맛을 자랑하는 대청도의 별미, 생홍어 한 상을 맛본다.

대청도에는 평생 해병대에 내 자식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베푼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13년 전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날 때도 해병대 장병들이 직접 상여를 메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대청도 서풍받이길 초입에는 지금도 매년 전역한 해병들이 제를 지내는 ‘해병 할머니 여기 잠들다’라는 비문이 새겨진 묘비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들 김형진(60)) 씨는 대청도를 위해 사셨던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7년 전, 대청도에 들어왔다. 형진 씨만의 방식으로 대청도 바닷가에 쓸려 내려온 해양쓰레기를 주워 화분으로 만드는 등 대청도를 위해 살아가는 요즘이다. 매일 묘비를 찾는 아들 형진 씨를 만난 동네 지기도 故 이선비 해병 할머니께 인사를 올린다.

30년 차 대청도 베테랑 선장 배복봉(66) 씨가 직접 잡은 대청도산 해산물은 곧바로 아내 윤성난(64) 씨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옮겨진다. 그날그날 남편이 잡아 온 물고기의 종류와 양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는 이곳. 우럭으로 만선을 이룬 오늘은 군더더기 없이 뽀얗게 끓인 우럭백숙과 우럭구이가 동네 지기를 맞아준다. 파도처럼 굴곡진 세월 지나, 서로의 정박지가 된 대청도 부부의 바다 내음 가득한 우럭 한 상을 맛본다.

섬 안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8월 22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383화 ‘여름 섬 기획 2부작 백령도 - 2부. 찬란하다, 생명의 섬’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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