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토리’에서는 알고리즘 배차와 평가 구조 속에서 일하는 배달 라이더들의 현장을 추적하고, 법원의 첫 근로자성 인정 확정판결이 우리 사회와 노동 시장에 던지는 질문을 짚어본다.
최근 법원이 한 배달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첫 확정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앱을 통해 업무가 이뤄지는 구조와 업체가 정한 보수 체계, 배차 결정권이 제한된 점 등을 고려해 라이더 A씨가 업체의 지휘와 감독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특정 배달대행업체 사건에 대한 판단이었다. 다만 앱을 통해 일하는 배달 현장의 라이더들은 배차와 단가, 미션 구조 속에서 비슷한 부담을 호소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 만난 6년 차 전업 라이더 전성배 씨는 배달지와 배달 순서 등을 앱 화면에서 확인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극심한 폭염 속에서 포인트 미션(추가 보상)을 의식하다 보면 쉬는 시간을 정하는 데도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7년 차 라이더 조희민 씨는 “점점 (배달료) 단가가 낮아져 오랜 시간 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조 씨는 “한때 3천 원 수준이던 기본 배달료가 2천 원대까지 내려갔지만, 건당 배달료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충분히 알기 어렵다”며 “먼 거리의 콜이 들어와도 거절 시 돌아올지 모를 불이익이 걱정돼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도급제 노동자들의 상황도 배달 라이더와 크게 다르지 않다. 30년째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정난숙 씨. 하루 평균 15가구를 방문하지만, 보수는 수업하는 과목 수(건수)로만 측정된다. 정 씨는 이동과 대기에 드는 시간이 보수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출근 후 교재 정리와 교육, 홍보 활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모두 개인의 몫이다.
일한 시간이 아니라 건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최저선 밖에 놓인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는 학습지 교사와 배달 라이더 등 6개 도급제 직종 모두에 대해 최저임금 또는 최저보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도급제 근로자 별도 적용 여부가 부결되면서 제도 도입 논의는 다시 난항을 겪게 됐다.
해외에서는 플랫폼 배달 노동자를 위한 최저보수와 보호 기준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뉴욕과 시애틀은 최소 지급 기준을 마련했고, 유럽연합(EU)은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관계 추정을 담은 지침을 채택했다. 특히 호주는 이달부터 플랫폼 배달 노동자에게 시간당 31.30호주달러의 최저보수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 돈 약 3만 원 안팎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호주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현진석 씨는 “주문 수락부터 배달 완료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해 건당 단가가 최저보수 기준에 못 미치면 차액을 채워주는 방식”이라며, 음식 조리 지연이나 도로 정체 발생 시에도 수익의 하한선을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생겨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SBS ‘뉴스토리’는 22일 토요일 오전 8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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