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고을을 다스리다 후학을 양성하고 있던 전(前) 사또, ‘엄택주’. 어느 날 그를 잡아들이라는 어명이 떨어진다. 영조가 그를 예의주시한 이유와 엄택주가 기록에서 사라진 사연을 추적한다.
13일 일요일 밤 9시 30분 방송되는 KBS 1TV '역사스페셜 시간여행자' 37회 조선신분제 2부작 - 2부 노비, 사또가 되다 편에서는 온 세상과 임금을 감쪽같이 속인 사내, 노비 출신 사또 이만강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통해 조선의 견고한 신분 질서를 뒤흔든 민초의 열망을 들여다본다.
양반 신분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존재, 노비. 당시 이들은 사람이 아닌 사유재산이었다. 고문서에 남은 ‘소석지(소새끼)’, ‘도야지(돼지)’, ‘강아지’처럼 동물의 이름으로 불리는가 하면, 술동이를 나른다고 하여 ‘수리동이(술동이)’, 걸레질한다고 하여 ‘건리개(걸레)’ 등 사용 용도로 이름 지어지기도 했다. 역사스페셜에서는 조선시대 호적대장, 토지 매매 문서, 노비 호패 등 고문서와 유물을 찾아 역사 주변부에 있던 노비들의 삶을 조명한다.
어린 시절 총명하고 글재주가 비범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양반에게 글을 배웠지만, 학문을 익힐수록 신분의 벽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고향을 떠난 그는 노비 ‘이만강’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단종의 시신을 거두었던 충신 ‘엄흥도’의 후손 영월 엄씨 ‘엄택주’로 완벽히 다시 태어난다. 이후 양반 행세를 하며 과거시험에도 합격한다. 엄택주는 여기서 양반들도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는 대과 문턱을 6년 만에 뛰어넘으며 급제했다. 대대로 명망 높은 사대부 자제들도 평생을 바쳐 매달리는 과거에 도망 노비가 합격한 것이다. 오직 실력으로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경이로운 노비 운명 탈출기였다.
고향을 떠나 40년, 그중 20년을 연일현감, 제주판관 등 관직 생활까지 하면서 들킨 적 없는 양반 ‘엄택주’의 완벽했던 이중생활. 하지만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또가 된 천재 노비의 마지막은 과연 어땠을지 방송에서 살펴본다. ‘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에서는 이만강의 안타까운 최후와 함께 그와 같이 조선 후기 신분제를 흔든 수많은 도망 노비에 주목한다.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신분제가 막을 내리기까지, 조선이 노비 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노비들의 도망 실태를 알아본다.
300년 전, 온 세상을 속이면서까지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한 노비의 신분 사기극은 오는 9월 13일 일요일 밤 9시 30분 KBS 1TV ‘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