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즐기려면 도시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야 하는 도시인들의 삶. 곳곳에 근린공원이 있기는 하지만 ‘도보 생활권 공원면적’은 서울 시민 1인당 5.65㎡으로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며 내 집 앞에서부터 초록길을 만날 순 없을까? 365일 우리의 일상이 정원이 될 수는 없을까? 도시에 새로운 산을 채울 순 없지만 정원은 얼마든지, 어느 곳에나 채울 수 있다. 정원은 환경적 측면에서 도시를 회복시키기도 하지만, 정원을 찾는 시민들이 피로를 씻고 정신적인 위안을 받는다는 점에서도 도시를 회복시킨다. “다큐온”에서는 도심의 공원이 도시와 일반시민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공원을 중심으로 ‘보행’, ‘녹지’, ‘생태 네트워크’를 연결해, 우리의 일상 어디서든 정원을 만나고자 하는 도시의 실험을 들여다 본다.
매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나서는 카밀과 아나이스. 최근, 두 사람은 ‘서울둘레길’에 푹 빠져 있다. 도시에 대중교통을 타고 산에 도착할 수 있고 산마다 인접한 공원이 있다는 점은 프랑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매력이다.
외국인들이 찬사를 보내는 또 다른 공원은 ‘경의선숲길’. 지역의 단절 요소였던 철길을 활용한 이 선형공원은 긴 산책로를 중심으로 상권을 살려내며 Z세대를 끌어들인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너무 밀도가 높다, 너무 복잡하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10년 만에 방문한 ‘길동생태공원’. 그 사이 나무는 촘촘해졌고 직박구리, 붉은오목눈이 등 도처에서 다양한 종의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생태를 기록하고 아이들에게 해설을 하고 있는 탐조팀은 일반인 자원봉사들. 공원에서 자연과 생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서한강공원’을 탐조한 박병권 소장은 도시가 생태를 지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공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 이상기후로 자연과의 공존이 더없이 중요해진 지금, 도심 속 공원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공동주택 바로 앞에서 공원을 만날 수 있는 싱가포르. 마치 개인정원에서 즐기듯 공원에서 아이들의 생일파티, 바비큐 파티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이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 Network· PCN)’의 개념으로 공원과 공원은 모두 연결되어 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귀한 생태종들이 발견된다. 급속한 도시화로 자연이 파괴되고 국토 면적의 한계로 공원녹지 확보가 어려웠던 싱가포르. 반세기 동안 어떻게 이러한 기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서울에서도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서울역까지의 차도를 축소하고 보행로를 확장한 가로녹지 조성,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는 더 많은 시민이 도심의 가로공원과 여유를 즐기도록 만들었다. 도로 지하화와 상부공원 추진을 시작한 국회대로상부공원은 세계적 규모의 선형공원으로 조성돼 서서울호수공원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계획이다.
도시 어디에서나 정원을 만날 수 있다면?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는 생태계가 도시에 구축된다면? 공원에서 시작하는 녹지생태축! 다큐온 “정원도시, 공원의 미래를 바꾸다” 편은 2023년 12월 9일 (토) 오후 10시 25분, KBS 1TV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