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서울 한복판 ‘외계의 섬’?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꿈, DDP에 담긴 한국의 역사

  • 2024.06.28 18:01
  • 2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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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지 동대문. 10년 전 이곳에 혁신적인 건물 하나가 지어졌다. 비정형의 파격적인 건축물은 당시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 내고 문화와 예술을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많은 논란과 변화를 거치며 이제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어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은 건축물 DDP. 현재는 디자이너는 물론 소상공인들이 꿈을 만들고 누리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환영받지 못한 건축물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생산해 내는 장소가 된 DDP, 10년이 된 지금 하나의 건축물이 대한민국의 디자인산업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본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를 현실화한 비정형의 건축물, 곡면으로 된 알루미늄 패널 4만 5천 133장으로 이뤄진 독특한 외관과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물의 외형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기존의 시공법으로는 지을 수 없었던 DDP. 페이퍼 아키텍트(종이 건축가)라고 불린 자하 하디드의 설계를 현실화한 건축물들은 많지 않은데 한국의 시공 기술팀은 구현에 성공했다. 금속 패널 성형 기계를 자체 개발하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라는 3D 모델링 기법과 스페이스 프레임이라는 신개념 구조 건축공법을 도입해 꿈의 건물을 완성했다.

DDP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프로젝트 수행 중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건축 당시 건물의 효용성과 독특하고 낯선 형태의 비정형의 DDP는 동대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건축 10년 후, 이제는 서울의 문화 중심지이자 디자인 산업의 메카로 손꼽히며 2024년 현재 1억여 명에 달하는 누적 방문객 수를 자랑한다.

고교야구의 성지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동대문 운동장은 82년 만에 철거되었지만, 그 자리에서 조선시대 유물들 다수가 발견됐다. 그중에서도 문헌에만 존재했던 한양도성의 수문인 이간수문과 한양 수비를 담당한 훈련도감의 ‘분영인 하도감’이 발견됐는데 이 소중한 문화재들은 왜 그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던 걸까?

바로 일제강점기 일본이 통치의 수단으로 경성운동장을 세우며 역사의 흔적들을 지웠기 때문이다. DDP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설계를 급히 변경했고, 다양한 유물들을 동대문 역사관과 동대문운동장기념관에 보존, 전시하도록 했다. DDP는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역사 문화의 공간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디자인하는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가 그동안 수많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DDP의 10주년을 기념해 아주 특별한 전시를 갖는다. 그의 전시가 이뤄지는 곳은 창문 하나 없이 530m의 유선형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둘레길이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둘레길은 환경 메시지를 전하는 윤호섭 교수에겐 새로운 열정을 샘솟게 한다.

멸종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실제 크기인 2m 60cm 돌고래 그림 100개를 바로 530미터 길이의 둘레길에 전시하기로 한 것이다. 전시 기간 내 관람객들이 보는 앞에서 그리는 퍼포먼스까지 펼친다. DDP를 오가는 많은 내외국인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메시지를 전하는 윤호섭 교수의 특별한 공간과 예술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DDP는 철학을 담아낸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이자 패션디자인의 메카로 자리 잡은 동대문! 특히 DDP를 통해 글로벌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K-패션의 선도주자인 고태용 디자이너도 그중 한 사람이다. DDP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최연소 디자이너이자 이제는 세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위치까지 오른 디자이너다. DDP를 통해 독창적인 자신의 패션 세계를 알리고 발전시키고 있는 고태용! 그에게 동대문과 DDP는 어떤 의미일까?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델링을 제시한 ‘제리캔백’의 박중열 디자이너. 무거운 물통을 들고 매일 먼 거리를 오가는 우간다 아이들을 위해 물통을 넣어 다닐 수 있는 가방을 제작했다. 그는 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DDP에서 열린 ‘2023 서울디자인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박중열 디자이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 역할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디자이너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길 바란다.

‘어메이징 투모로우’! DDP의 새로운 슬로건이다.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공간 DDP. 매년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곳은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누리는 공간이 되었으며,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는 도전의 장이 되었다. 앞으로 다가올 10년, 우리 미래의 삶을 바꿀 또 어떤 혁신적인 디자인이 탄생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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