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모아 연대하고, 갈등하다 갈라서고, 그러다 숱하게 다시 모였던 그들의 해방 전 흔적이 서울 사대문 안에 아직 남아있다. 현 진보 운동의 전사(前史)라고 할 만한 해방 전 좌익 운동의 흥망성쇠를 추적했던 그는 '스핀오프'라고 소개한 이번 책에서 경성의 지도 위에 붉은 점묘도를 그렸다. 당시 경성 정국의 한 축이었음에도 해방 후 남과 북의 체제 정통성에 짓눌려 온당히 평가받지 못한 좌익 계열에 관한 저자의 각별한 관심이 묻어난다. 첨탑만 남아있는 정동 소련 총영사관 터, 경복궁 인근의 한성임시정부 표지석, 윤동주의 누상동 하숙집, 사회주의단체 북풍회 회관 터 등에선 모스크바, 상하이, 도쿄에서 전개된 국제적 활동과 경성의 좌표를 연결한다. 형평사 운동을 주도한 백정의 자식 장지필, 기생 출신으로 좌익 계열 독립운동을 한 '사상기생(思想奇生)' 현계옥, 정칠성 등도 재조명된다. 지레짐작 음침할 것 같은 좌익 이미지와 달리, 낯선 이름과 생소한 단체가 툭툭 나와도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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