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국립대학이자 최고의 지성이 모이는 곳. 서울대학교는 1975년 전국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을 하나로 모으며 ‘종합대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학문 간 경계를 넘는 융합 교육으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9일(토) 방영될 ‘다큐ON’에서는 시대를 바꾸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융합의 가치가 실현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 허준이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부 02학번 졸업생인 그는 학부 시절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정답이 없는 질문을 붙잡고 캠퍼스를 걸었던 날들을 추억한다. 학교는 그에게 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끝까지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그 용기가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그는 자신만의 여정으로 증명하고 있다.
인간, 사회, 자연, 기술을 아우르는 주요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고, 학생 주도적 학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베리타스 수업은 서울대가 시도하는 가장 실험적인 배움의 장이다. 의과대학 교수와 미술대학 교수가 협업, ‘보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는 강의부터 자연과학대학·인문대학·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와 함께 기후를 주제로 토론하는 강의까지. 서로 다른 전공의 교수와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식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만들어간다.
서울대학교의 융합 교육은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거주형 대학 프로그램 LnL(Living and Learning)에서 학생들은 함께 생활하고, 함께 배우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공도, 국적도, 관심사도 다른 이들이 한 공간에서 밤늦도록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서로의 세계를 배우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융합’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간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 모이는 곳이라는 명성 뒤에는 수많은 연구실의 끊임없는 탐구와 치열한 노력이 숨어있다. 물리·화학·생물·기계공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인 단백질 구조 동역학 연구실에서는 DNA와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며, 희귀 유전 질환과 염색체 불안정성 해결에 기여할 단서를 찾는다. 1981년부터 이어져 온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은 어류 양식과 식물 수경재배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수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이뤄지는 연구들은 과학, 의료, 환경, 산업 등을 모두 아우르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해답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향한 도전은 현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바이오 메디컬 및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실을 이끄는 박성준 교수는 인간과 기계·컴퓨터를 연결하는 차세대 의학 및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선도적인 성과를 거두며 ‘2025 아시아 젊은 과학자 펠로십’에서 생명과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가 교수로 재직 중인 첨단융합학부는 첨단 과학기술에 전문성을 갖춘 미래형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24년 신설된 곳이다. 융합데이터과학, 지속가능기술, 혁신신약, 차세대지능형반도체 등 다음 시대를 이끌어 갈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초학제적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담는다.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김하연 학생은 다양한 전공을 탐색하며 자신만의 길을 설계해 나갔다. 그리고 배움의 방향을 사회 문제로 확장해 재학 중 창업을 결심했고, 결식 우려 아동을 위한 식사 나눔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전국 6만여 개 가게와 누적 3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연결하는 이 플랫폼은 기술과 복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큰 뜻을 품은 김하연 학생의 도전은 배움이 학교를 넘어 삶의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의 종합화는 단순히 캠퍼스를 합친 물리적 통합이 아닌, 학문 간 교류와 융합을 위한 첫걸음이자 미래 지향적 인재 양성의 씨앗이 되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또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지성과 교육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