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충청남도 금산의 한 시골 마을. 알림 소리에 제일 먼저 눈을 뜨는 형제 라준이와 됴가 있다. 잠에서 깨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엄마 아빠께 뽀뽀해 드리는 것이다. 남자 형제라 티격태격할 만도 하지만 항상 손을 잡고 등교할 정도로 사이가 좋다. 라준이와 됴는 학교 갈 때는 물론이고 어디든 함께다.
집이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쓰레기 하나 버리러 가는 길도 30분 이상 걸어가야 하지만, 형제가 함께면 지루한 이 길마저도 즐거운 놀이가 된다. 더운 날씨에도 힘든 내색 한번 안 하고 마을까지의 먼 거리를 오가는 건 순전히 엄마를 도와주고픈 마음 때문이다.
지적장애가 있어 또래보다 한글을 읽고 쓰는 게 느린 형제는, 요즘 한글 공부에 한창이다. 공부 도중 모르는 글자가 있으면 엄마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러나 엄마도 지적장애가 있어 글에 서투르다 보니 아이들의 물음에 선뜻 답해주기가 어렵다. 그래도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틈틈이 학습지로 한글을 익히는 엄마. 아이들의 지적장애가 본인 탓인 것 같아 미안하다며 아이들 몰래 눈물을 훔친다. 라준이와 됴는 엄마 아빠에겐 평생 지켜주고 싶은 보물 같은 존재다.
아빠 준철 씨는 가족들을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느라 하루가 짧다. 낮에는 산업고등학교로 출근해 수업보조와 학교 시설관리 일을 한다. 이 외에도 마을의 일손이 부족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일을 돕고 수고비를 벌곤 한다. 장애가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엄마와 한창 뒷바라지가 필요한 형제를 위해 아빠는 부지런히 일한다.
아빠는 오랜 노동으로 단련된 몸이지만, 가족력으로 인해 B형 활성 간염을 앓고 있어 남들보다 늘 간 수치가 높다. 이 때문에 조금만 무리해도 쉽게 피곤해진다. 여기에 3년 전 기름보일러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혼자 가스보일러를 설치하다 사고를 입어 팔에 심한 화상까지 입었다. 이런 몸으로 혼자 애쓰는 아빠에게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엄마는 마을의 일손을 도우러 나선다. 지적장애가 있어 행동이 느리다며 일자리에서 해고된 적도 여러 번인 엄마. 이런 엄마의 사정을 알고도 불러주는 마을 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혼자 버스를 타고 가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 집에서 한참 먼 곳까지 간 적이 있다 보니, 엄마에게 혼자 버스를 타는 일은 여전히 무섭고 걱정되는 일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가르칠 한글 학습지를 사러, 오늘도 용기를 내 집을 나선다.
라준이네 보금자리는 축사 옆에 붙어있던 저장 창고를 개조한 집이다. 부엌 겸 거실과 화장실이 딸린 방 한 칸이 전부인 공간이다. 부실하게 지어진 탓인지, 벽에는 곰팡이가 가득하고 바퀴벌레도 많다. 게다가 집 바로 앞은 축사로 사용되었던 곳이라 이런저런 폐자재들이 쌓여있어 아이들이 지나다니기에도 위험한 환경이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깨끗한 곳에서 지내게 하고 싶지만, 부담되는 보증금과 이사 비용으로 인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아빠. 겨울이면 문틈으로 찬 바람이 그대로 스며들고, 여름이면 비가 새어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빠는 곧 다가올 장마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장애가 있는 아들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싶은 아빠. 하지만 당장 눈앞의 어려움조차 해결할 수 없는 현실에 아빠는 오늘도 잠 못 이룬다.
*이후 552회 ‘딸부잣집 첫째, 지영이의 바다’ (2026년 4월 4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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