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치매 제수씨 위해 울타리가 되어준 가족들...제주 국밥집의 ‘빠삐용’ 영자와 순업

  • 2026.08.07 15:06
  • 1시간전
  • KBS

제주시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홍순업(66) 씨. 순업 씨의 하루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홍순업 씨는 “영자 씨, 어디 가요!”라며 바쁘게 따라나선다. 아내 이영자(64) 씨 4년 전 치매 진단받은 뒤로, 틈만 나면 훌쩍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순업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내와 추격전을 벌인다.

두 사람은 47년 전, 서울의 한 공장에서 처음 만났다. 예쁘고 인기 많던 제주 아가씨 영자 씨에게 경상도 총각 순업 씨는 첫눈에 반했다. 그렇게 스물, 스물둘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어 영자 씨의 친정인 제주로 내려오게 되었다. 아내는 생선 장사, 고물상, 전분 공장, 국밥집까지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야무지고 당찼던 아내가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 가진 것 없는 남편 만나 고생만 하고 산 것 같아, 순업 씨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아내가 20년 넘게 해오던 국밥집을 대신 맡아 하는 순업 씨. 장사하랴 아내 돌보랴, 하루 24시간이 초긴장 상태다. 그런 남편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자 씨는 맛있는 것 앞에서 가장 행복해하고, 노래 부르고 춤출 때 그저 신이 난다. 세 살 아이가 딱 이런 모습일까 싶다. 하지만 순업 씨는 그런 아내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갑자기 국밥집을 뛰쳐나가는 영자 씨. 가게 앞에서 한 남자와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덩실덩실 춤을 춘다. 급기야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서는 두 사람. 영자 씨가 화장실에 가면 문 앞에서 기다려주기까지 하는 이 남자는 바로 영자 씨의 시아주버님이다.

형제들과 떨어져 혼자 제주에 있는 막내가 걱정돼 제주에 터를 잡은 첫째 형 순갑(75) 씨와 넷째 형 순일(68) 씨. 바로 옆집에 사는 순갑 씨는 가게 일을 거드는 건 물론, 매일 영자 씨와 산책하고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요리사 출신 순일 씨 또한 자주 형제들을 불러 직접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로 요리 솜씨를 발휘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자 씨. 시아주버님의 배를 만지며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얼굴은 해맑다. 아프기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지만, 이젠 둘도 없는 단짝이 된 영자 씨와 시아주버님들. 친언니처럼 과일을 깎아 먹이고 목욕을 시켜주는 형수님들까지. 마치 친정 식구처럼 모두가 영자 씨를 살핀다.

육지에 사는 셋째 형 순종 씨가 제주에 온 날. 1년 만에 마주하는 영자 씨는 과연 셋째 아주버님을 기억해 낼 수 있을지 방송에서 공개된다.

늦은 밤, 누군가 부부를 찾아왔다.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반기는 영자 씨. 바로 아들 성표(44) 씨다. 하지만 영자 씨는 끝내 아들의 이름조차 기억해 내지 못한다.

요즘 부쩍 말수도 줄고 하루가 다르게 기억이 흐려져 가는 영자 씨. 하지만 순업 씨는 낙담하는 대신 더욱 아내를 챙긴다. 뇌에 좋다는 음식과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이고, 저녁이면 식탁에 마주 앉아 한글 공부를 한다. 다른 가족들의 이름은 엉뚱하게 적다가도 ‘홍순업’ 세 글자만은 또박또박 적는 영자 씨.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순업 씨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른 건 다 잊어도, 홍순업은 잊으면 안 돼요”라며 말을 건넨다. 언젠가 자신마저 잊을까 두렵지만 그날이 조금이라도 천천히 오길 바라며, 오늘도 아내 곁을 지킨다.

산책을 좋아하는 영자 씨를 위해 바다로 나들이를 간 날. 해변을 걷던 부부는 모래사장에 함께 이름을 적는다. 파도에 밀려 사라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이름을 적는 두 사람. 점점 사라져가는 아내의 기억을 붙잡고 싶은 한 남자의 애틋한 사랑을 만나 본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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