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 “사람도 바다도 늙어간다”...16년 세월 달라진 제주 바다, 해녀들의 기록

  • 2026.08.06 07:21
  • 2시간전
  • KBS

‘딸을 낳으면 물질을 시켜야 해서 울었다’던 어머니들이 있다. 바다에서 물질을 해 가족을 뒷바라지한 해녀들이다. 원래 제주에서 사용하던 명칭은 ‘잠녀’, 제주 방언으로는 ‘좀녀’다.

오래전엔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가장 접하고 싶어 하는 문화 콘텐츠가 해녀일 뿐 아니라, 해녀를 꿈꾸고 해녀학교를 찾아오는 외지인들도 갈수록 증가하면서 오랫동안 고령화가 진행된 해녀 사회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해녀의 생명력을 위협하는 건 오히려 기후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다. 2010년과 2026년, 달라진 좀녀의 삶과 해양 환경의 변화를 비교함으로써 ‘좀녀의 미래’를 그려본다.

제주의 어촌마을에서 나고 자란 딸들은 학교에 가기 전부터 물질을 배웠고, 용왕 할망이 내어주는 해산물로 생계를 이었다. 1970년엔 1만 4,143명에 달했던 해녀. 그러나 산업화 이후 고령화의 길로 접어든 해녀는 이제 제주 전역에 2,371명만 남았다. 10년 전만 해도 해녀 수가 50명이나 됐던 법환동 어촌계도 36명으로 그 수가 줄었다. 한 가지 희망이라면 법환동 어촌계에는 애기 해녀 세 명이 들어와, 작고하거나 은퇴한 해녀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해녀 삼춘들을 볼 때마다 경탄하게 된다’는 신민희 씨는 6년 전 서울에서 제주로 와 해녀가 됐다. 해녀는 물질 가능한 수심과 수확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는데 상군 삼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민희 씨는 어엿한 법환 어촌계의 미래다. 그런가 하면 올해로 9년 차 해녀가 된 강효심 씨는 바다를 좋아하는 둘째 딸이 자랑스러워하는 해녀 엄마다.

제주도 전역 100여 개의 해녀 어촌계 중 새 해녀들이 가입된 어촌계는 그리 많지 않다. 16년 전 70명이 넘는 해녀가 활동하던 성산 어촌계에는 이제 37명만 남았고 막내 해녀가 올해 68세다.

해녀가 나이 들어가는 사이 바다도 변했다. 해녀들에게 횡재수로 일컬어지던 자연산 전복은 몇 년 전부터 씨가 말랐고, 소라는 종패를 뿌린 바다에서만 풍족하게 거둘 수 있다. 그나마 아직도 수량이 많은 자연산 성게는 알이 예전만큼 들어차지 않는다.

전복과 소라, 성게의 먹이이자, 해녀들의 부수입이던 감태며 톳이 몇 년 전부터 자취를 감추면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수온이 최근 10년 평균보다 1도 이상 높아진 제주 바다에서는 전에 없던 해양 생물들이 등장해 해녀를 위협하고, “사람도 바다도 늙어간다”는 해녀의 한숨은 나날이 깊어간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환경의 변화도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16년 전만 해도 사람도, 바다도 아직은 풍요롭던 해녀들의 화양연화였다. 2010년 법환동에서 들여다봤던 해녀들의 삶과 생활의 터전인 바다를 되돌아본다.

지난 16년 사이 해녀도 줄고 바다도 변했지만, 여전히 바다를 사랑해서 해녀가 되고 싶은 새로운 세대는 오늘과는 다른 내일의 바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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