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04년 전국 최초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해 안정적인 버스 운영과 시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다.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 회사가 운영을 맡고 지자체가 노선 조정과 요금 결정 권한 등을 갖고 회사의 운영 적자를 보전하는 제도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특별시와 광역시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투입되는 재정 지원금만 매해 4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버스 준공영제 시행 20여 년이 지난 지금, 지원금 관리와 운영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추적 60분’은 과연 버스 준공영제가 본래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와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추적했다.
제작진은 파주의 한 버스 회사를 찾았다. 노선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는 기사들의 제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9년간 버스를 운전해 온 조원경 씨는 퇴직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회사로부터 약 1억 1천만 원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 이는 조 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조 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다가 노선 매각 이후 다른 회사로 이직한 기사들 상당수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무직과 정비직 등을 포함한 미지급 퇴직금 규모는 약 55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준공영제 노선을 운영하며 최근 5년간 지자체로부터 수백억 원의 재정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지원금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제주의 한 버스 회사. 제작진이 만난 내부 관계자들은 투자회사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사 측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재생타이어를 사용하게 하는 등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비 범위를 벗어난 작업까지 이뤄졌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자동차 정비 전문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비용을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상식이 없는 수준”이라며 이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는 준공영제가 노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뿐 아니라 버스 회사의 경영 비용까지 보전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회사들까지 버스운송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도 개별 기업의 경영에는 개입할 수 없어 시민이 낸 세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공적 재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관리와 감독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부에 사는 심미령 씨는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새벽 집을 나선다. 서울과 의정부를 한 번에 오가던 106번 버스 노선이 축소된 이후 환승 횟수가 늘어나면서 출근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노선 축소 소식이 알려지자, 의정부 시민들은 시청 앞에서 노선 유지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그렇다면 많은 시민이 이용하던 106번 버스는 왜 축소된 것일까.
서울시는 2024년 준공영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재정 지원 구조 개선과 민간 자본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제도를 제외하면 아직 개선 방안이 충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버스 준공영제 시행 20년. 시민의 발이 된 제도는 지금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추적 60분’ 1465회 ‘버스 왕 - 누가 시민들의 발에 빨대를 꽂았나’는 7월 17일 금요일 밤 9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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