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고도성장을 거쳐오며 각 산업 현장에서는 대졸자 인력 수요가 늘어났고, 대학 졸업장은 국민 필수재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대학 수가 수험생 1/3 수준이었다. 대학이 부족했었다.
정부는 설립 요건을 완화해 대학 수를 늘렸다. 전국 곳곳에 대학교들이 세워진 건 이때부터다. 1995년 304개였던 대학의 수는 2005년 360개까지 늘었다.
2000년대의 학령인구감소는 1980년대부터의 저출산 현상을 생각하면 쉽게 예상되던 것이었다. 수험생이 줄어든 만큼 예전보다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지방 사립대들이 대부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학교는 재단의 비리까지 터져 학생 모집은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했다. 학교는 줄어든 등록금 수입으로 재정난을 겪었고, 제구실 못 하게 됐다.
정부는 이제 칼을 빼 들었다. 학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들을 해마다 골라 재정 지원을 차단했다. 산소호흡기를 떼 폐교를 압박하기 위해서 다.
2000년 이후 전국 22개 대학이 폐교했다. 이 가운데 20개가 지방대다.
학생들은 학업을 이어 나가기 위해 급하게 주변 대학으로 편입학을 준비해야 했다. 교수 등 연구자들은 평생직장을 잃고 생업을 걱정하게 됐다. 폐교 부지 활용 방안은 지자체가 떠안았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대학 하나가 없어지면 주변 경제권까지 큰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한다. 대학이 없어지면 그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올 이유가 없다. 지역 소멸이다.
올해 학령인구는 50만 명이 안 된다. 15년 뒤면 24만 명이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국 대학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하게 '학생유치난'을 겪을 것이다.
단, 인기가 많은 서울 상위권 대학 순으로만 학생을 채울 것이다. 지방 사립대는 모두 없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 정원 줄이기는 지방대만이 아닌, 서울 소재 대학까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만 감당할 수는 없다.
지방대를 위해 서울 소재 대학이 고통 분담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 학부 재학생이 만 7천 명, 연세대와 고려대가 2만 명가량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 예일대와 스탠퍼드대가 7천 명 수준이다. 서울 소재 대학은 '학생 과밀'로 수업 질적 하락을 경험한다. 조정이 필요하다.
“시사기획 창”은 교육부에 질문을 던졌다. 대학 수 급증→학령인구 감소→폐교 정책까지 30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대학 정책에 있어 정부의 현재 원칙은 무엇인가?
“시사기획 창” ‘대학 부도의 날’은 오늘(28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